이태원 트라우마 시달리는 韓, 의료계 "통합심리지원단 확대 필요해"
트라우마학회 "민간 정신건강전문가 투입하고 서비스 정비" 촉구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가 일파만파 확산하는 모양새다. 정신적 충격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들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당초 예상보다 충격파가 큰 만큼 정부 차원의 통합심리지원단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3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2차 성명서를 내고 “현재 마련된 통합심리지원단 규모와 서비스로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통합심리지원단이 참사 1차, 2차 경험자인 부상자와 유가족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유가족 파악 등 행정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 등 1000여 명을 트라우마 고위험군으로 보고, 정신건강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렸다. 2018년부터 운영 중인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서울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소속된 전문가 80여 명 외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한국심리학회 등 민간학회에서 50여 명이 투입된다.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내 합동분향소 2곳(서울광장·녹사평역 광장)에 심리지원 상담소를 마련했다. 통합심리지원단의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1577-0199)를 통한 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면 거주지와 연계해 각 광역·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전문가가 365일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위기상담 전화를 찾는 국민이 폭증하면서 적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공공영역 서비스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워 민간 정신건강전문가를 투입해 지원단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학회의 판단이다.
참사 현장을 목격했거나 재난경험자, 구조인력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봤다.
학회는 “이번 참사의 성격상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은 목격자와 응급구조에 헌신적으로 참여한 시민들 중에서도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참사 현장을 목격한 분 중 스트레스 반응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큰 경우에는 통합심리지원단 정신건강상담전화를 통해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개인정보와 상담내용이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구조에 참여한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의료진 중에도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 정신건강전문가들에게 심층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단체들도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심리 상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진행심리상담 전문가 단체인 한국심리학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각 분과학회 소속 심리상담 관련 전공 교수 또는 학회 공인 최상위 자격증 소지자로 구성된 심리전문가의 자원봉사로 무료 재난 심리상담 전화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협업해 전화상담을 시행하고, 이번주 내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채팅상담도 진행할 계획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통해 재난현장 및 이태원 인근 상가, 대중매체를 통한 사고 간접 경험자 등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심리적 응급처치와 전문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재난 현장에 있었던 사람뿐 아니라 이태원 사고를 접한 모든 이들은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전국 대표번호(1670-9512)를 통해 상담신청이 가능하다.
대한간호협회는 정신간호사회와 함께 2일부터 ‘이태원 참사’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리지원에 나섰다. 사고를 직접 당하지 않았더라도 목격자나 언론·SNS 등을 통해 사고에 노출된 이후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온라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24시간 자살예방 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등을 통해 참혹한 광경에 노출된 직후 나타나는 초기 스트레스반응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한다.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미디어를 통해 참혹한 광경에 노출된 경우에도 큰 충격과 다양한 스트레스반응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초기에 나타나는 스트레스반응은 병적인 반응이 아니며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회복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일시적인 스트레스 반응인 경우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www.nct.go.kr)에서 정신건강 자가진단을 진행하고, 필요한 재난정신건강 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조언이다. 다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클 정도로 스트레스반응이 심하다면 통합심리지원단 정신건강상담전화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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