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고통의 무게를 아나요?”…4·3 후유장애인의 눈물
[KBS 제주] [앵커]
제주4·3 사건이 발생한 지 74년 만에 국가가 희생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를 갖고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희생자들에겐 보상금이 차등 지급되면서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척추 장애가 있지만 부유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난 고만년 할아버지.
10살 겨울, 4·3의 광풍이 몰아치며 삶이 송두리째 망가졌습니다.
아버지는 총살당하고 큰 형은 행방불명됐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어머니와 야산으로 도망쳤다 토벌대가 휘두른 흉기에 등을 찔렸지만, 소변으로 소독하고 헝겊으로 물집을 막는 게 전부였습니다.
[고만년/4·3 후유 장애 희생자 : "(성인이 돼서도) 피는 덜 나도 물은 났어. 눈물 모양으로 물이 쭉쭉 옷에, 속옷에 나중엔 굳어져. 그러면 헝겊으로 만들어 (묶어놨어)."]
한 맺힌 70여 년을 감내한 끝에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게 됐지만, 지급 결정 통지서를 기다리는 마음이 착잡합니다.
[고만년/4·3 후유 장애 희생자 : "나에게는 어떤 식으로 평가했는지 모르겠어. 그 사람이 내가 돼보기 전에, 모르는 이들이 함부로 평가를 하겠냐고."]
최대 보상금을 일괄 지급받는 사망·행방불명 희생자와 달리 생존 후유 장애 희생자들에겐 장해등급에 따라 보상금이 지급됩니다.
첫 보상이 결정된 생존 후유 장애인 희생자 77명 가운데 최대 보상금인 9천만 원을 받는 사람은 13명뿐입니다.
절반인 41명은 7천5백만 원, 나머지 23명은 5천만 원 지급이 결정됐습니다.
그런데 생존 희생자들의 70년 세월의 고통을 현 장해등급을 기준으로만 판단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신적 외상과 경제적 피해, 보상 지연에 대한 부분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희범/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 "어린 나이에 상처를 입고 평생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시달린 분들에게 이거는 예의도 아니고 위로도 아니고 적정한 보상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급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통지서를 받은 시점부터 30일 이내에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추가 심사 대상인 후유 장애 희생자 17명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그래픽:조하연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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