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넘어 운전, 다음은 수영…[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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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결심했어. 운전하자.' 매년 새해 계획에도, 버킷리스트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운전은 늘 현실에 밀렸다.
'차 사면 돈 못 모아, 세금, 보험, 기름값이 얼만데'라는 말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했다.
'흠 지금까지 운전 못 해도 사는 데 지장 없었는데' 이때 옆에서 들려오는 강사님의 말.
'아! 내가 잘못했구나.' 당장이라도 차를 세우고 운전을 그만두고 싶지만 도로 위에서 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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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결심했어. 운전하자.' 매년 새해 계획에도, 버킷리스트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운전은 늘 현실에 밀렸다. '차 사면 돈 못 모아, 세금, 보험, 기름값이 얼만데'라는 말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가고 싶은 곳을 직접 운전해서 삶의 반경을 넓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자극이 된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호기롭게 운전 연수를 등록했다.
'운전 배우고 휴일엔 강원도 여행을 가야지' 하는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첫날. 진땀이 났다. '아… 운전이란 무엇인가?' 오른발은 액셀과 브레이크를 왔다 갔다, 두 손은 핸들과 깜빡이를 만지느라 정신없다. 그뿐인가? 두 눈으로 신호 보랴, 앞차 보랴, 뒤차 보랴, 맙소사. 강사님 덕분에 어찌 운전은 했지만, 내겐 주차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이거 어쩌면 좋지?' 주차 공식을 배웠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이쯤 되니 운전을 꼭 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흠… 지금까지 운전 못 해도 사는 데 지장 없었는데…' 이때 옆에서 들려오는 강사님의 말. "방금 위험했어요. 이렇게 하면 안 돼요"까지 들으니 기가 확 죽는다.
첫날 3시간 연수가 끝났다. 남은 연수 시간을 다 채울 수 있을까? 환불을 요청할까 고민하고 있자니 문득 작년 테니스 레슨을 처음 받던 날이 떠오른다. 동료의 추천으로 시작한 테니스는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깨 내리세요, 무릎은 더 구부리세요, 시선은 공을 봐야죠!" 20분 레슨 시간 내내 이어지는 선생님의 조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나의 미숙함을 계속 마주하고 있자니 머릿속엔 온통 그만둘 생각뿐이다. 그래도 한 달 결제했고, 돈을 날릴 순 없으니, 참기로 한다. 한 달 후, 재등록을 했다. 테니스가 조금씩 재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레슨이 진행될수록 선생님의 조언이 줄어들었고, 몸이 드디어 머리를 따라가기 시작한 것. 만약 첫날 어렵다고 그만뒀으면 테니스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겠지. 한 달 내내 테니스를 배우러 가는 길은 스트레스였지만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인생에 새로운 즐거움이 추가됐다. 그때의 경험 덕분에, 다음 날도 운전대를 잡기로 한다.
다음 날 "어제 해보셨으니 오늘은 혼자서 해보세요"라는 강사님의 말에 식은땀이 난다. 나도 나를 못 믿겠지만 방법이 없다. 우선 해보자.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데 도저히 타이밍을 모르겠다. 깜빡이만 켜고 고민하는 사이 들리는 '빵빵' 소리. '아! 내가 잘못했구나.' 당장이라도 차를 세우고 운전을 그만두고 싶지만 도로 위에서 별수 없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드디어 일주일 연수가 끝났다. 첫날부터 운전할 수 있다는 즐거움은커녕, 모든 게 서툰 나 자신을 마주하느라 자신감은 땅굴 속으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당연함을 잊고 좌절하며 포기를 먼저 생각했지만, 끝까지 해냈다. 테니스를 배울 때처럼 자신을 견뎌내는 시간 끝에는 새로운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니까. 초보 운전자의 시간이 지나면,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을 테니까. 운전이 능숙해지면, 20년 전 포기했던 수영을 배울 거다. 혹시 그때도 '그만둘까?', '환불할까?'를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13년 만에 처음 운전대를 잡았던 순간을 기억해야지.
김경희 오키로북스 전문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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