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그날 밤' 서울청 112상황실에선 무슨 일이(종합)
참사 당시 40여명 근무 중이었지만 보고 지연 '미스터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난달 29일 밤 서울 시내 전체의 치안·안전 상황을 총괄했던 서울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112 상황실)의 근무 실태가 '보고 실패'의 경위를 규명하는 핵심으로 떠올랐다.
현장에서 관할 경찰서, 서울청, 경찰청을 잇는 '린치핀' 역할을 해야 하지만 112 상황실은 1시간 넘게 보고가 정체됐기 때문이다.
경찰의 보고 실패가 이번 참사 후 부실한 대응의 주원인 중 하나로 떠오른 만큼 경찰청 특별감찰팀과 특수수사본부는 112상황실의 당시 상황을 가장 먼저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밝혀야 할 의문은 참사 당일 112상황실을 지휘한 상황관리관의 행적이다.
당시 이태원에서 벌어진 긴급 상황을 상부에 신속히 보고해야 할 당직 경찰 간부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참사 당일 밤 서울청 112 상황실 상황관리관 당직을 했던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은 참사가 일어나기 시작한 오후 10시15분 정위치에 있지 않았다.
서울청 상황관리관은 112 상황실장을 대리해 서울청장에게 치안·안전 상황을 보고하고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는 경찰청 상황실에도 보고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모든 치안 상황을 검토하고, 상황에 따른 조치를 결정하는 일도 상황관리관의 책임이다.
류 총경의 근무 시간은 지난달 29일 오전 9시부터 24시간이었다.
상황관리관 근무 수칙에 따르면 주간 일부(오전 9시∼오후 1시)와 야간 일부(오후 6시∼익일 오전 1시) 시간대엔 상황실에 정위치해야 하고 그 외엔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기해야 한다.
서울경찰청은 평일에는 3명의 112상황실 팀장(경정)이 상황관리관을 번갈아 맡고, 휴일과 공휴일에는 총경급 간부가 당직한다.
참사는 상황관리관이 상황실에 있어야 하는 시간대에 벌어졌으나 당시 류 총경은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실은 서울청 청사 5층, 류 총경의 사무실은 10층에 있다.
사무실에 있었던 그는 참사가 난 지 1시간24분 뒤인 오후 11시39분에야 당직자인 상황3팀장에게 연락받고 부랴부랴 상황실로 돌아와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보고했다.
정상적 보고 체계라면 류 총경에게 보고받아야 할 김 청장은 이 시각 용산경찰서장의 휴대전화 연락을 3분 전에 받고 참사 발생을 먼저 인지했다.
이미 현장에선 수십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시점이었다.
류 총경은 이어 경찰청 상황실에도 참사 발생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상황실은 참사 발생 1시간59분 뒤인 지난달 30일 오전 0시 14분에야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처음 참사 사실을 보고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3일 류 총경이 업무를 태만했다고 보고 대기 발령한 뒤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특별감찰팀은 "상황관리를 총괄해야 함에도 이에 태만해 상황 인지 및 보고가 지연됐다"며 수사 의뢰 이유를 밝혔다.
또 류 총경의 당시 실제 동선과 함께 그와 함께 근무한 서울청 112 상황실 당직자들을 상대로 정상적인 상황 근무를 했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참사가 발생했던 시간대에 이곳에 근무한 당직자는 약 40명이었다.
적지 않은 인원이 상황실을 총괄했던 류 총경에게 참사가 난 지 1시간이 넘어서야 첫 보고를 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연합뉴스는 당시 류 총경 지휘하에 112상황실에서 근무했던 서울청 112상황팀장에게 관련 질의를 했지만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이태원 지역 관할서인 용산경찰서 상황실과 서울청 112상황실이 어느 시각에, 어떤 내용의 보고를 주고받았는지도 경찰 지휘부 보고 실패의 경위를 밝히기 위해 짚어야 할 부분이다.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112상황팀장은 "서울청 상황실로 보고한 시점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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