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미안하단 말 밖에…'이태원 참사' 6일째 밤까지 추모 열기(종합)

박재하 기자 유민주 기자 박우영 기자 임세원 기자 권진영 기자 2022. 11. 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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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엿새째인 3일 늦은 밤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와 추모공간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공간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모여들었다.

곳곳에 붙은 메모지를 하나하나 읽으며 가슴을 치고 역으로 내려가는 추모객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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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곡 부르거나 악기 연주…저마다 다른 추모 방식
추모하며 터지는 눈물…쉽게 발걸음 못 옮기기도
3일 오후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2.1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유민주 박우영 임세원 권진영 기자 =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엿새째인 3일 늦은 밤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와 추모공간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공간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꽃과 술, 초콜릿 등을 놓고 가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추모곡을 부르는 등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한 추모객은 준비해온 꽃다발과 안에 붙여둔 추모글은 현장에 조용히 내려놓은 뒤 슬픔에 잠겨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차마 사고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해 먼발치에 서서 두손 모아 눈감고 기도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곳곳에 붙은 메모지를 하나하나 읽으며 가슴을 치고 역으로 내려가는 추모객들도 보였다.

'추모자원봉사' 리본을 단 자원봉사자들은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추모객들이 놓고간 꽃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이들은 오후 한때 빗방울이 떨어지자 비닐을 덮어 추모공간을 보존했다.

전날처럼 오후 6시34분쯤에는 경찰의 '부실대응'을 비판하는 침묵 시위도 열렸다. 시위에 참여한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8년전 청년들이 세월호를 보고 도대체 국가가 바뀐 게 무엇이냐"며 "도대체 청년들이 왜 죽어야하는가"라고 말했다.

추모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고등학생 연모군(17)은 "이건 단순히 사고가 아니라 인재다"며 "돌아가신 분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퇴근하면서 이태원역을 들렸다던 40대 양정규씨는 "직접 와보니까 감정을 주체하기가 어렵다"며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며 눈물을 흘렸다.

추모의 열기는 도심 곳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박모씨(여·50대후반)는 "호주에 살고 있는데 어제 한국에 도착한 뒤 분향소로 먼저 달려왔다"며 "핼러윈 때마다 이태원에 수만명이 모인다는데 이번에 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참사 직전까지 현장에 있었다는 덴마크인 한센(49·남)도 분향소를 방문해 "해밀톤호텔 골목에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아 사고 20분 전에 현장을 벗어났다"면서 "살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밀집한 것은 처음 봤는데 거기 경찰이 거의 보이지 않아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머니와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은 남소울군(13)은 "꼭 핼러윈이 아니라도 사람이 많이 몰리면 다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날 분향소와 추모공간에는 다문화불교연합회와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 종교인의 발길도 이어졌다.

녹사평역광장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배천직 희망브릿지구호모금본부 본부장은 "유가족에게 간식, 생수, 마스크, 빵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출근하기 전에 예를 갖추기 위해 잠시 분향소를 들렀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를 생각해보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정윤진씨(36·여)는 "이번 사고를 빠르게 묻고 넘어가는 것보다 우리 사회의 안전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그저 남의 일로 여기지 말고 시민 사회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2.11.03/뉴스1 ⓒ 뉴스1 유민주 기자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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