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원유 수매 가격, 내년부터 ℓ당 49원 인상

낙농가·유업계 합의…6월 미인상분 반영 연말까진 ℓ당 52원
유제품과 우유 첨가 빵·커피 등 가공식품 도미노 인상 불가피

낙농가와 유업계가 우유 가격 산정에 영향을 주는 원유 수매 가격을 내년부터 ℓ당 49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은 물론 우유를 원료로 하는 빵, 과자 가격도 잇따라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낙농가와 유업계가 원유 가격을 이같이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통상 매년 6월부터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해 8월부터 새 가격을 적용하지만 올해는 협상이 길어지면서 조정된 가격을 적용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해 연말까지는 ℓ당 49원 인상분에 3원을 추가 지급하고, 내년 1월부터는 ℓ당 49원 인상된 기본 가격이 음용유용 원유에 적용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음용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도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소비자원 가격포털사이트 참가격 자료를 보면 현재 흰 우유 소매가격은 1ℓ에 2779원(서울우유)이다. 이번에 인상된 원유 가격을 그대로 더하기만 해도 소비자가격은 2828원이다.

하지만 유업계는 원유 가격이 인상될 때 부자재와 물류비 상승 등을 반영해 소비자가격을 인상해왔다. 지난해 8월 원유 가격은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랐는데, 흰 우유 소비자가격은 ℓ당 140원가량 올랐다. ℓ당 원유 가격 인상폭의 7배나 가격이 오른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상분 49원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면 흰 우유는 1ℓ당 3000원을 웃돌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특히 우유의 경우 치즈나 버터 같은 유제품과 과자, 빵, 아이스크림, 커피에 첨가되기 때문에 가공식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유업계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지만 유업계 역시 최근 물가상승에 따른 비용상승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날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는 음용유와 가공유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골자로 하는 낙농제도 개편의 세부 실행방안도 결정됐다.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농가의 생산비만을 고려해 조정됐으나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용도별 차등가격제에서는 생산비와 시장상황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바뀐다. 또 지금까지는 우유가 과잉이더라도 생산비가 상승하면 원유 가격을 생산비 상승폭의 90~110% 범위 내에서 인상해야 했으나 원유가 과잉인 경우 생산비 상승분의 30~7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공유 가격은 경영비 상승분을 고려하되 유업체가 실제 지불하는 가공유 가격과 국제경쟁가격과의 차액을 기준으로 시장 상황을 판단하도록 설계했다. 음용유와 달리 가공유 가격은 내년 1월부터 ℓ당 800원이 적용된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