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50만명 죽고서야... 에티오피아 內戰 포성 멈췄다
지난 2년간 5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에티오피아 내전(內戰)이 평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2일(현지 시각) BBC방송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정부와 반군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은 이날 아프리카연합(AU) 중재 아래 휴전 합의서에 전격 서명했다. 이날은 2020년 11월 3일 시작된 내전이 발발 2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AU 측 중재자로 협상에 참여한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뿔인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 전체에 새로운 새벽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했다.
에티오피아 내전은 2018년 취임한 아비 아머드 총리가 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가 통치 체제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1991년부터 27년간 권력을 잡았다가 지난 선거에서 밀려난 TPLF가 이에 저항하며 갈등이 촉발됐다. 소수지만 강력한 무장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TPLF가 2020년 9월 티그라이 지역에서 자체 선거로 독자 정부를 구성하자 아비 총리가 정부군을 보내 무력 진압에 나서면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다. 아비 총리가 2019년 인접국 에리트레아와 갈등을 중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지 1년 만에 내전을 일으키자 “노벨 평화상의 치욕”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에티오피아 상황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했다. 유엔(UN)은 내전으로 최대 50만명이 숨졌고 최소 240만명이 집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인종학살, 성노예, 약탈 등 수많은 전쟁 범죄 사례도 보고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정부는 작년 6월부터 티그라이 지역에 인터넷, 전기 등을 끊었고 기자들의 접근도 막아 정확한 피해 상황을 알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달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에티오피아 전쟁 규모가 우크라이나와 맞먹는다”고 우려했다.
이날 양측은 합동 성명에서 “에티오피아는 오직 하나의 국가 방위군을 갖는다”고 명시했다. BBC는 이를 두고 반군인 TPLF가 대폭 물러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TPLF의 무장 해제, 동원령 해제와 소속 군인들의 정부군 재편입 등을 포함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선에서 TPLF는 정부군에 크게 밀리고 있었다. 합의안에는 또 전쟁으로 폐허가 된 티그라이 지역에 대한 식량 원조 등 인도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티그라이 지역 주민 90%가 식량 원조를 필요로 하고, 아이들 3분의 1가량이 기아로 고통받고 있다.
이번 합의로 내전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공식적으로 합의서에 서명한 것은 처음이나, 양측이 과거에도 수차례 평화 협상을 시도하다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의 개입하에 양측이 인도적 차원에서 5개월간 총격을 멈췄으나, 그사이 TPLF 측이 군비를 축적해 결국 올해 8월 다시 전쟁에 나섰다.
양측 모두 동맹 세력의 강경론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그동안 에티오피아 정부군을 지원했던 에리트레아를 포함해 주변의 다른 나라 동맹 세력들이 이번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각각은 아직 협상에 대한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영대에 1억 제공 의혹’ 태양광 사업 브로커 징역 1년 6개월
- [속보] ‘강남 母女 살해’ 박학선, 1심서 무기징역 선고
- 내일까지 제주·남부에 거센 가을비
- 한국판 블프 ‘코세페’ 9일 시작...자동차·가전은 오늘부터 할인
-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19%…취임 후 최저치
- “Inhuman standards”: STAYC’s J apologizes for weight gain, sparking fan outrage
- 내일 서해선·장항선·평택선 철도 노선 동시개통
- “가자! 중국인” 이강인 인종차별한 팬, 사과했지만 ‘영구 제명’ 됐다
- SK이노-SK E&S 합병법인 출범...아태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 탄생
- ‘머스크가 반한’ 사격 김예지, 테슬라 앰배서더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