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가 막은 병원행…아이가 또 죽었다
PCR 따지다 구급차 못 타
“간접적 살해” 문제 반복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몇 달 동안 봉쇄 상태인 중국 북서부 도시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를 당한 3세 아이가 제때 병원에 도착하지 못해 숨졌다.
로이터통신과 BBC에 따르면 중국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시 치리허(七里河)구에 사는 투오스레이(拓石磊·32)의 부인은 지난 1일 점심 무렵 집에서 LPG용 가스레인지로 요리를 하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쓰러졌다. 그는 심폐소생술로 아내를 호전시킨 뒤 자고 있던 아들 원쉬엔도 일산화탄소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투오는 집에서 가까운 코로나19 검문소에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검문소를 지키던 한 직원은 투오에게 PCR검사 결과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투오는 집으로 돌아가 심폐소생술을 더 한 뒤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마을 입구에서 또 다른 코로나19 검문소 직원들이 나와 그를 막았다. 구급차와 경찰은 한 시간 동안 응답이 없었다. 병원은 집에서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었지만 코로나19 봉쇄 상태에서 차량을 운행하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투오는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검문소 철문을 넘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구급차는 투오가 택시를 타고 떠난 뒤에야 마을에 도착했다. 원쉬엔은 오후 3시쯤에야 병원에 도착했지만 사망했다. 투오는 “개인적으로 그 아이는 간접적 살해를 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투오는 은퇴 관료 출신 지역 지도자로부터 사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10만위안(약1942만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회유도 받았지만 거부했다고 전했다. 란저우 정부와 보건부, 간쑤성 정부는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원쉬엔의 장례식은 란저우시 근처 투오 일가의 고향마을에서 열렸다. 투오는 격리를 우려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마을 주민들이 원쉬엔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과정 등을 동영상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이 사연은 온라인에 퍼졌다. “숨진 아이는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염병과 핵산(코로나19 검사) 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지 못했다”는 문구가 공감을 사면서 영상은 ‘전염병 3년이 곧 그의 일생’이란 해시태그로 널리 퍼졌다.
도이체벨레 중문판에 따르면 앞서 10월 중순에는 허난(河南)성 루저우(汝州)시에서도 14세 소녀가 격리 중 병으로 사망해 여론의 분노를 샀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비슷한 문제가 두 번 이상 일어나고 있는데 왜 비상계획 없이 문제가 반복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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