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 보입니까” 간절한 외침에도 땅 밑은 “…”
시추 성공, 생존 확인은 실패
암석에 막힌 30m 파쇄 예정
“박○○씨, 우리는 구조대입니다. 불빛이 보이면 돌로 관을 두드려 주세요.”
3일 오전 9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 시추작업 현장에는 구조대의 간절한 외침이 지름 76㎜ 작은 관을 통해 지하 170m 깊이까지 흘러 들어갔다.
구조대의 간절한 외침은 이날 30분째 이어졌다. 하지만 생존의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가족들은 애끓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 9일째인 이날 시추기(천공기) 9대 중 2대가 노동자들이 고립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도달했지만 이들의 생존 여부를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제1 수직갱도 지하 170m 지점은 노동자 A씨(62)와 B씨(56)가 고립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구조당국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내시경으로 갱도 안을 확인한 결과 충분한 공간이 있었고 바닥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며 “다만 수직 170m 지점까지 내려간 상황이라서 (시추지점을 기준으로) 회전 방향만 살펴보는 정도다. 주변 10m 정도 관측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봉화소방서는 이날 오전 3시 기준 폐갱도인 제2 수직갱도에서 구조작업에 필수적인 광차 운행을 위한 265m 중 245m에 진입로 설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남은 20m는 사람이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광차 운행에 필요한 레일도 깔려 있다. 광차는 파쇄한 암석을 지상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상권 광산업체 부소장은 “밤부터는 남은 20m 지점 작업을 완료하고, 암석으로 가로막힌 30m 구간을 파쇄하는 구조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계획대로라면 이날 밤부터는 고립 노동자들과 구조대 사이에 불과 30m 길이의 암석만 남게 된다.
구조작업에 속도가 붙은 것은 그동안 막혔을 거라고 여겼던 ‘상단 갱도’가 뚫린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갱도는 폐쇄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사람이 걸어 들어갈 만큼 상태가 좋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채굴 광산의 제1 수직갱도 지하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 들어온 펄(진흙 토사물)이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2명은 스스로 탈출했고, 3명은 업체 측에 의해 구조됐다. 제1 수직갱도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 중이던 A씨와 B씨는 현재까지 고립된 상태다.업체 측은 밤샘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한 뒤 14시간이 지난 지난달 27일에서야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이 업체는 지난 8월에도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당국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 신고 지연과 관련해 노동자 2명이 구조되는 즉시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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