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中로켓 추락, 막을 방법 없나 [사이언스카페]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11. 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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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21톤 로켓 잔해 추적 중
한반도 피해는 없을 전망
中 로켓엔 유도 장치 없어
이전에도 육지에 잇따라 추락
지난 10월 31일 중국 하이난 원찬 우주발사장에서 창정 5B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4일 이 로켓의 잔해가 지구로 추락할 예정이다./CNS

중국 창정(長征) 5B 로켓 잔해가 4일 밤 지구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상에 피해를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여러 차례 중국 로켓의 대형 잔해가 육지에 떨어진 사례가 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각국 정부는 로켓 잔해의 경로를 추적하며 만일에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한반도 추락 위험 없으나 계속 감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일 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중국 우주발사체 창정 5B호 잔해물의 대기권 재진입에 따른 추락 위험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정 5B호는 지난 10월 31일 중국 하이난의 원창 우주발사장에서 우주정거장 구성 모듈을 싣고 발사됐다. 이중 무게 21t, 길이 31m, 지름 5m의 상단이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미처 다 타지 못하고 일부가 지상에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내 우주위험감시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창정 5B호 잔해는 4일 오후 11시±6시간쯤 추락이 예측된다. 과기정통부는 천문연과 함께 로켓 잔해의 한반도 추락으로 인한 위험에 대비한 우주 감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문연의 궤도 분석에 따르면 현재 창정 5B호는 한반도에 추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 궤도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고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중국 창정 5B 로켓 잔해의 추락 예상 범위 (한국 시각 11월 4일 22시 45분 ± 6시간) 노란색은 예측 시간 6시간 전, 붉은색은 예측 시간 6시간 후 궤도이다./한국천문연구원

작년에도 중국 로켓 잔해 바다 추락

중국 로켓 잔해가 지구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29일 발사된 창정 5B호의 잔해도 그해 5월 9일 대기권에 진입한 뒤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의 아라비아해 상공에서 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잔해가 해상으로 떨어졌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문제가 된 잔해 역시 중국 우주정거장의 구성 모듈을 싣고 발사된 창정 5B호의 일부였다. 이번 잔해와 크기와 무게가 거의 같다. 창정 5B호 로켓은 발사 직후 착탈식 보조로켓인 부스터들이 먼저 지구로 떨어지고, 코어 로켓은 더 높이 올라가 궤도에 위성을 올린다. 문제가 된 잔해는 바로 이 코어 부분이다.

당시 중국의 로켓 추락은 미국이 우주 개발에서 중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며 정치적 갈등까지 야기했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우주 개발에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근 우주 개발에서는 로켓이 임무가 끝나면 다시 엔진을 작동해 바다 한가운데로 떨어지도록 설계한다. 대부분 불타고 일부 잔해가 지구에 떨어지더라도 바다에 떨어지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창정 5B호는 그런 장치 없이 통제되지 않는 상태로 지구로 재진입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로켓 잔해가 육지에 떨어져 큰 피해를 입힐 뻔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20년 3월 중국 창정 3B호 발사 직후 지름 2m가 넘는 로켓 잔해가 중국의 한 마을에 떨어지기도 했다. 그해 5월 창정 5B호의 첫 발사 때는 발사체 상단의 잔해물이 남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에서 발견됐다.

지난 2020년 3월 중국의 한 마을에 떨어진 창정3B호 로켓의 잔해./트위터

로켓 잔해 피해 가능성 10년내 10% 예측도

현재 지구에 추락하는 로켓 잔해에 맞을 확률은 사실상 0에 가깝지만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경쟁이 격화되면서 우주로켓 발사가 급증하면 잔해로 인한 사고 확률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마이클 바이어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임무를 다한 로켓이 지구로 재진입할 때마다 10㎡의 면적에 치명적인 잔해를 퍼뜨린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한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낼 확률이 약 10%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 참여로 최근 로켓 발사가 늘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315건의 우주로켓 발사가 성공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로켓 잔해로 인한 사상 위험은 남반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높았다. 로켓 잔해가 위도상 미국 뉴욕이나 중국 베이징, 러시아 모스크바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방글라데시 다카,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추락할 가능성이 3배 더 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스페이스X처럼 임무를 마친 로켓을 재점화시켜 안전하게 재진입시키는 기술이 존재한다”며 “비용 증가를 이유로 이 기술을 꺼리는 국가나 기업이 나올 수 있어 관련 기술 적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자료

Nature Astronomy, DOI: https://doi.org/10.1038/s41550-022-01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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