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언급, 더 일찍 있었다…“‘노점 신고’ 건으로 분류”
[앵커]
특집 KBS 9시 뉴스 시작합니다.
그날 밤, 150명 넘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애타는 구조신호를 왜 무심히 지나쳤는지, 1분 1초가 다급했던 골든타임은 왜 놓쳤는지 질문하고, 점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참사의 위험 신호를 미리 알아차리지도, 경고하지도 못한 언론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히,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는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 역할에 충실했는지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오늘(3일) 첫 소식입니다.
이틀 전 공개된 112 녹취록을 보면 참사 네 시간 전부터 위급하다는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KBS가 취재해보니 '압사'를 언급하며 인명피해가 클 거란 신고들이 더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찰이 당초 공개한 참사 관련 '최초 신고' 시점은 저녁 6시 34분이었습니다.
신고자는 "압사 당할 것 같다",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 주셔야 될 것 같다" 라고 말합니다.
'압사'를 언급한 첫 사례로 알려져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압사'를 명확하게 거론하는 112 신고가 있었단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신고자-경찰관 대화/오후 6시 17분 : "저기 이태원 거리인데 여기 이거 불법으로 노점하는 사람들 때문에 여기 엄청 지금 사람들이 지금 압사당하고 있어요. 와줘 보세요. 여기 '와이키키' 앞이에요. (이태원 '와이키키'요?) 네 여기 '와이키키' 앞인데..."]
신고자가 말한 위치는 참사가 발생한 바로 그 골목입니다.
경찰이 오지 않자, 10분쯤 뒤 다시 신고합니다.
[신고자-경찰관 대화/오후 6시 26분 : "예 아까 저기 신고를 했는데 여기 불법 노점상 때문에 지금 사람들이 압사 당하고 있어요. 예 아까 신고했잖아요. 이분들은 이게 합법이래요, 지금 사람들 지금 넘어지고 지금 위험한데. (네 빨리 갈게요.) 예 빨리 와주세요. (네.)"]
"사람들이 넘어지고 위험하다" 다급한 상황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강종구/'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6시 17분 112 신고자 : "저기 앞에서 '악' 소리 들리고 막 비명 소리가 군데군데 들렸어요. 넘어질 수도 없어요. 너무 꽉 차 있는데, 넘어지면 죽었을 걸요."]
이 무렵의 상황은 누군가 찍은 영상으로도 남아있습니다.
좁은 골목에 갇힌 사람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참사 당일 초저녁 무렵) 여기 뒤에 꽉 막혀 있으니까 못 올라온다고 잠시 올라오실 분 대기해주시고."]
경찰은 그저께 발표한 11건의 사전 신고 내역에 이 두 신고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신고자가 '노점상' 문제를 언급해 노점상 단속 요청으로 분류했고, 참사와는 직접 관련 없는 신고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두 번째 신고에서 출동을 하기는 했는데, '노점' 문제로 판단한 만큼 현장의 상인을 이동 조치하고 구청에 단속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서수민 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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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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