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고·고…4중고 ‘한국 경제 시계 제로’

반기웅 기자 2022. 11. 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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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물가·금리 이어 ‘북한 리스크’까지
물가 자극할 요인 여전하고
안정세 보이던 유가도 꿈틀
GDP 넘긴 기업부채 뇌관에
북 도발·7차 핵실험 변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강도 높은 미국의 긴축으로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가 짙어질 가능성 높아지면서다. 여기에 미사일 도발 등 북한 리스크까지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는 ‘4고’ 복합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의 긴축에 따른 강달러는 원화 가치 약세를 부추겨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생산자물가와 함께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입물가는 지난달 24% 상승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일 “근원 물가가 여전히 높고 국내 물가 상방 요인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당분간 물가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과거 외환위기 수준인 1400원까지 올랐으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16%가량 절하된 상태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도 출렁이고 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는 이달부터 내년까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배럴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시장과 연구기관에서는 국제유가가 이르면 연말쯤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추가 금리 인상도 불가피해졌으며 가계의 이자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규모는 1900조원에 달한다.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가 넘은 기업부채도 불안하다. 당장 ‘제2의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자금 시장 경색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조금 나중에 수면 위로 오르겠지만 회사채 문제는 바로 터질 수 있다”며 “금리를 더 올리면 기업 자금시장이 정말 빡빡해지고 어려워질 텐데, 자금시장이 막히면 극단적인 경우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이 줄줄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 압력이 커지면서 수출도 추가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위축에 따라 국내 수출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당분간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현지 소비 위축으로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 실적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연일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 리스크도 돌발 변수다. 과거 북한의 도발 행위는 환율과 증시뿐만 아니라 대내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친 바 있다.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금융시장과 대외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의 금리 인상과 북한 도발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에 끼칠 영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아직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항상 잠재된 북한 리스크의 현재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련 시장 상황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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