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 들어 ICBM 7번째 발사…미국 겨냥으로 방향 틀었다
[북 핵실험·미사일 발사]
3일 북한이 올해 들어 7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날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을 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남쪽을 향한 무력시위라면, 아이시비엠 발사는 미국을 겨냥한 노골적 군사 위협으로 읽힌다. 북이 전술핵과 전략핵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운용하면서 한반도 정세 긴장을 빠르게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1일 밤 ‘북한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사 담당 비서가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을 맹비난하며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 “특수한 수단”을 언급하는 등 ‘핵무기 사용 위협’ 메시지를 낸 뒤 북쪽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탄도미사일 25발을 쏜 데 이어 3일 오전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북이 개발 중인 아이시비엠급 ‘화성-17형’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핵탄두를 실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2단 로켓 분리 뒤 동해상에 떨어져 정상비행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아이시비엠의 1단 로켓 엔진은 대기 중에서 연소하지만, 2단 엔진은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인 우주공간에서 연소한다”며 “특히 2단 엔진은 점화·소화를 반복해 연소시간이 긴데, 진공 상태에서 재점화가 쉽지 않다. 화성-15형이든 17형이든 북의 아이시비엠은 2단 엔진이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이날 발사가 실패했다면 “개발 중인 2단 엔진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 발사가 실패했다고 해서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이 올 들어 아이시비엠급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모두 7차례다. 한·미 정보당국이 ‘화성-17형’으로 평가한 지난 5월25일 시험 발사 당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60㎞, 고도는 약 540㎞였다. 3일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760㎞, 고도는 약 1920㎞다. 지난 5월 미사일은 1단 로켓 엔진 성능 시험에,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2단 엔진에 초점을 맞췄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북한은 여러차례 시험 발사를 통해 미사일 기술을 진전시켰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아이시비엠 개발은 시험 발사의 성공·실패를 떠나, 발사 때마다 자료를 축적해 수정·보완을 해나간다”며 “미사일 발사가 정상 각도가 아닌 고각으로 이뤄졌고, 고도와 궤도로 봤을 때 북한이 뭔가 시험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시비엠 개발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자료를 확보했다면, 북으로선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얘기다.
지난 9월 핵무력정책법 입법을 통해 핵무기 개발·운용의 법적 기준을 마련한 북한은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전술핵 운용 훈련’까지 벌였다. 전술적 차원에서 북핵의 실체적 위협(거부적 억지)을 현실화한 셈이다. 남은 것은 개발이 진행 중인 다양한 방식의 미 본토에 대한 보복타격 능력(응징적 억지)을 완성하는 것이다. 엇비슷한 시험 발사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의 전략 도발 가능성으로 △핵실험 △아이시비엠 시험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인공위성 발사 등을 꼽는다. 과거와 달리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북의 자체 필요에 따라 횟수 구애를 받지 않고 언제든 실시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인제대 교수)은 “북도 달라졌고, 국제 정세도 달라졌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복합 위기’ 국면”이라며 “달라진 현실에 맞게 정세를 판단하지 않으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진다. 긴장 고조의 상승효과를 관리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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