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원인이 文정부 의경 폐지 때문?…대응 방식 따져봐야 [이태원 핼러윈 참사]

김건호 2022. 11. 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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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문재인 정부 의경 폐지로 기동대 인력 부족 주장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의경 절반 이하로 줄어
기동대 정원은 줄었지만, 경찰 인력 1만1500명 증가
당일 시위… 지휘부 판단, 적절한 인력 배치 따져봐야

“왜 사고 현장에 이른바 혼잡 경비를 담당하는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112 신고 문건이 공개되면서 경찰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 출신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건 뻔히 예상되는 일이었는데 구청과 경찰이 압사사고가 날 만한 위험한 장소가 어디냐는 것을 점검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집회나 이런 것에 집중하다 보니 이게 안 보인 것이다. 경찰청장, 서울경찰청 등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 엉뚱한 데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3일 경찰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통제하며 지키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로 대규모가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경찰의 책임론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해당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파를 통제할 경찰 기동대 인력이 투입되지 않은 것을 두고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시작된 의경폐지가 경찰 기동대 인원 감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태원에 투입된 경력은 137명으로 알려져있다. 2017년부터 이전까지 대부분 30~90명대 수준으로 투입됐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많은 수준이 투입돼 경찰의 경비 인력 부족은 원인이 아니라는게 경찰의 입장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은 핼러윈 시기 이태원 지역의 연도별 경력 동원 현황을 제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 핼러윈 현장에 투입된 경찰은 올해 137명(지역경찰 32명, 수사 50명, 교통 26명 등), 2021년 85명(지역경찰 31명, 형사 10명, 교통 17명 등), 2020년 38명(지역경찰 20명, 형사 5명, 교통 4명) 등이다. 다만 2020~2021년의 경우 경찰이 제시한 숫자 외에, 방역을 위해 경찰관 기동대가 별도로 배치됐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경찰이 사고 현장 인근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경비 인력을 예년보다 늘렸다고 주장하지만, 이태원 지역에 기동대가 투입되지 않은 것을 두고 말이 나오는 것이다. 올해 핼러윈에 투입된 수사인력 등을 빼면, 정복을 입은 경찰관은 58명으로 줄어든다. 올해는 노 마스크로 맞는 3년만의 핼러윈으로 방역 통제의 필요성은 줄어들었지만, 자유로운 야외활동으로 10만명 인파가 몰릴 것을 경찰이 인지했음에도 질서 유지를 위한 별도의 기동대 인력은 투입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지난 정부 당시 의경 폐지로 인해 기동대 인력이 감소해 경력이 부족해졌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경찰청에 요청한 기동단 정원 및 현원 현황을 보면 올해 2월과 8월 기동단 정원은 각각 5200명, 5236명이다. 하지만 실제 기동단에 소속된 경력 현원은 올해 2월 현원은 4109명, 8월 현원은 4552명이었다. 2월과 8월 정원에 각각 1091명, 684명 부족하다. 경찰은 의경 폐지를 앞두고, 기동대 인력이 부족해지자, 경찰 입직 저연차를 중심으로 인원을 차출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17년 ‘의무경찰 단계적 감축 및 경찰 인력 증원방안’을 국정과제로 확정, 이듬해부터 의경 인원을 해마다 감축해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복무 중인 의경은 9986명으로 2017년 2만5000명, 2018년의 1만9495명에서 크게 줄었다. 예정대로라면 의무경찰 제도는 내년 폐지된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난 2일 종로구 서울경찰청 입구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단순히 의무경찰 축소 문제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의무경찰 감소 숫자에는 못 미치지만, 경찰 인력은 2017년 11만4658명에서 2020년에는 12만6227명으로 1만1569명 늘었다. 또 참사 당일 보수 성향의 단체와 진보 성향의 단체들이 뒤섞여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고, 경찰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다. 황 의원 주장처럼, 시위를 막는데 집중하다가 국민의 안전을 놓쳤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태원을 관내에 둔 이임재 용산경찰서장(현재 대기발령)은 참사 당일 112 신고가 들어오고 있던 오후 9시20분까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통제했다. 이 서장은 오후 10시20분쯤 이태원으로 이동했다.

기동대가 부족하다고 해도, 예비 인력 투입을 비롯한 경력 배치 판단은 지휘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부 기동대 인력 감소가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지만, 여러 건의 사고 위험 신고가 있었음에도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경찰의 책임이 있는만큼 단순 의경 감소나 기동대 경력 감소만을 이번 참사의 제일 원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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