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검’ 결정 땐 정권 겨누는 꼴…한동훈의 부담
한 법무장관이 결정만 하면 특검 가능하지만 확률 낮아
법 개정으로 검찰에서 경찰 직접수사 하기도 어려워져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경찰의 책임을 경찰 스스로가 수사하자 ‘셀프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일각에선 특별검사(특검) 도입 주장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의 결심만으로 특검 발동이 가능하지만 특검의 칼끝이 궁극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겨눌 수밖에 없는 터라 한 장관이 이를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특검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셀프 수사’가 경찰 고위직 간부들의 책임까지 물을 수 있을지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112신고 대처가 미흡했다”고 발언하자 하위직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돌려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의 ‘셀프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3일 행정안전부 브리핑에서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우리 경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대상자 전원에 대해 엄격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검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은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이다. 여야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두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특검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검의 두 번째 수사 대상은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경찰의 ‘셀프 수사’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한 장관이 결정만 하면 특검이 발동된다.
한 장관이 특검을 도입하면 윤석열 정부에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국가 재난 대응체계의 총체적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터라 조사 대상이 경찰을 넘어 행안부, 대통령실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이 특검 발동을 결심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지난 9월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으로 대형참사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게 됐다. 한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지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 개정으로 검찰이 대형참사와 관련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분이 빠졌다”며 “검찰이 경찰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지만 참사 범위가 넓어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 장관의 발언을 두고 ‘비통한 참사까지 검찰 수사권 확대 주장의 빌미로 삼는다’며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개정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공무원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경찰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해선 검찰이 직무유기죄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해 수사할 여지가 있었지만 현재는 어려워졌다.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동일한 범죄 사실에 대해 검찰보다 먼저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사건은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전날 서울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해 검찰은 경찰 수사가 끝난 뒤 보완 수사만 할 수 있게 됐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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