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도 안 쓴' 공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돌려만 봤어도…
저희는 전문가와 함께 30여개 주요국가의 공공기관에서 쓰고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이번 사고를 분석해봤습니다. 골목길과 건물 구조, 사람들의 동선을 예측해 밀집 구역을 나타내는 건데, 결과는 허탈할 정도로 명확했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나라에서 쓰고 있는 프로그램을 우리는 활용도 안하고 사실상 손놓고 있었던 겁니다.
신진 기자입니다.
[기자]
이태원 거리를 가상 공간에 구현했습니다.
사람들도 곳곳에 배치해 자유롭게 움직이게 뒀습니다.
얼마 뒤, 참사가 난 골목이 파랗게 질립니다.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은데,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김영욱/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 길의 구조를 보면 너무나 명확하게 그 지점에서 사고가 날 개연성이 굉장히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가장 단거리에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에…]
전문가들은 골목 구조와 건물 배치만 제대로 분석했어도 최소한의 통제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김영욱/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 '주체자가 없더라'는 건 제가 보기엔 책임 회피적인, 그런 성격의 발언이고요. 경찰의 통제가 미약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사고를 방지할 수가 있었던 거죠.]
서울처럼 좁고 복잡한 골목이 많은 영국 런던이나 미국 뉴욕에서도 대규모 인파가 몰리기 전에는 이런 방식으로 안전 대책을 짜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영욱/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 이렇게 분석만 해도 바로 나오거든요. 이런 지점을 미리 알고 파악해서 가서 (통제 인력이) 서 있는 것만 해도 효과가 있겠죠.]
실제로 이태원역에 지하철이 멈추지 않고, 도로는 차 없는 거리로 바뀌었다고 가정하고 시스템을 돌려보니 골목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인파가 다른 곳으로 분산된 겁니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30여개 국가에서 안전 대책을 짜거나 도심 개발을 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2004년 서울광장을 만들 때 이 시스템을 참고했지만 이후 활용한 기록은 없습니다.
[김영욱/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 어떠한 유형의 사고가 날 건지를 예견을 하는 기술들은 지금 다 있습니다. 그런 기술을 활용해 공공에서 주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대학 등 민간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정작 정부 기관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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