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힘 못쓰는 美 빅테크, 믿었던 클라우드에 발등 찍혔다

박윤예 2022. 11. 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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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월부 ◆

서학개미들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나스닥시장이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한 달 동안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14%, 8% 오를 동안 나스닥지수는 4% 오르는 데 그쳤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의 상승폭 격차가 10%포인트로 벌어진 것은 2002년 닷컴거품 붕괴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10월 한 달간 다우지수는 1976년 이후 46년 만에 월간 기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반면, 나스닥지수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메타 등 대형 기술주들이 하락하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빅테크주가 급락하는 배경에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클라우드 시장 둔화가 한몫했다. 전 세계 기업들이 경기 침체 우려로 비용을 절감하면서 클라우드 성장이 점차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빅테크 기업들이 클라우드의 성공으로 엄청난 이익을 얻었지만, 당분간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애플을 제외한 빅테크주(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가 유독 급락했다. 아마존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11.6%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각각 3.58%, 4.19% 빠졌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이 사상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임원들은 더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AWS는 시장 점유율이 약 32%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AWS는 지난 몇 년 동안 아마존의 캐시카우로서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 같은 AWS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5% 성장한 205억3800만달러(약 29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AWS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저 성장률이자 시장 예상치(211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 2분기 33%, 올 1분기 37%, 2021년 4분기 37%, 1년 전 39%였던 성장률과 비교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7.5%의 3분기 AWS 성장률을 보고한 후 애널리스트들에게 "3분기 말에는 20% 중반대 성장률을 보였으니 4분기도 그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그것이 우리의 가정"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사업인 애저(Azure)는 시장 점유율이 19%로 업계 2위다. 애저도 매출 성장률이 주춤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애저의 성장률은 30.6%였으나, 지난 2분기 25.5%로 감소했고 3분기에도 26%에 그쳤다. 애저의 성장률은 작년만 해도 50%에 달했다.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할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은 4분기에 다시 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저에 대해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요금제 가운데 사용량 기반 서비스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부진했고, 데이터 워크로드 효율화를 요구하는 고객사가 늘면서 매출이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영업이익이 준 것은 에너지 가격이 증가하고 장기 계약 고객이 늘면서 매출 인식 시점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시장 점유율이 7% 수준인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의 매출 성장률은 올해 1분기 43.8%, 2분기 35.6%로 줄었고 3분기에도 이와 비슷한 37.6% 수준이었다.

마리벨 로페즈 애널리스트는 클라우드 둔화에 대해 "정부, 의료, 교육 등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어려운 과제이므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기업 임원들이 클라우드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삭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클라우드 시장이 내년에 일부 회복되며 다시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분석가는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50%가 채 안 된다"며 테크주를 괴롭히고 있는 요소들이 단기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다우, S&P500, 나스닥 순의 주가 상승률에 대해 주식시장 무게중심이 기술주에서 가치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 시대에는 은행과 같은 전통 가치주들이 다음 강세장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다우지수가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내내 상승했던 에너지주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대표 정유 기업인 셰브론은 지난 1개월 동안 19.22% 올랐다.

지난 9월 미국 주식들이 급락한 것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우지수는 지난 9월 한 달간 9.2%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9.6%, 10.2% 떨어졌다.

한편 빅테크 종목 중 10월 가장 부진한 종목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기업 메타플랫폼스로, 한 달간 주가가 32.79% 하락했다.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나름 선방하며 실적 발표 시즌을 넘겼다. 애플은 한 달간 7.64% 올랐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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