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손흥민의 ‘짠한’ 월드컵

차준철 기자 2022. 11. 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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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D조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 어깨에 얼굴을 부딪쳐 치료받고 있다.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안면골절 수술을 받게 돼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마르세유/AP연합뉴스

손흥민은 22세 때 월드컵에 처음 나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다. 그 대회에서 1골을 넣었다. 알제리를 상대한 조별리그 2차전 후반 5분에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골 세리머니를 하지 못했다. 한국이 0-3으로 지고 있던 터라 기뻐할 새가 없었다. 그 경기가 결국 2-4 패배로 끝나자 손흥민은 홀로 땅을 치며 대성통곡했다. 그때부터 그에게 ‘울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후 벨기에와의 3차전도 0-1로 지며 1무2패로 한국 탈락이 확정되자 손흥민은 또 펑펑 울었다. “막내 몫을 다하지 못해 형들에게 미안하고, 이기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4년 후, 대표팀 에이스가 된 손흥민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선 2골을 넣는다. 스웨덴에 0-1로 패한 뒤 멕시코와의 2차전 0-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에 터뜨린 만회골과 3차전 독일전 막판 50m를 전력질주해 넣은 2-0 승리 쐐기골이다. 손흥민은 그때도 울었다. 세계 1위 독일을 꺾은 기쁨의 눈물도 있었지만, 또다시 16강에 못 오르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아쉬움이 컸다. 손흥민은 “열심히 응원해준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울었다”고 했다. 손흥민의 월드컵은 ‘짠한’ 무대였다.

또 4년 후, 대표팀 주장까지 맡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이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최근 유럽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전에서 상대 선수 어깨에 받혀 눈 주위 얼굴에 골절상을 입어 조만간 수술을 받기로 했다. 회복까지 최소 4~8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큰 부상이라 21일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기적처럼 빨리 회복해야 12월3일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 출전이나마 기대할 수 있고, 여차하면 이번 월드컵 그라운드를 밟지 못할 상황이다.

손흥민의 월드컵 3골은 박지성·안정환과 함께 갖고 있는 한국 선수 최다골이다. 이전 대회 1골, 2골에 이어 세번째 월드컵에서는 3골을 넣으라는 축구 팬들의 응원을 받던 손흥민의 부상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대표팀도, 국내외 팬들도 손흥민이 없는 월드컵을 상상하기 싫을 것이다. 영광의 무대를 별러온 손흥민의 마음이 제일 절박할 터다. 그래도 치료와 회복이 먼저다. 대표팀도, 팬들도 ‘플랜 B’를 단단히 생각하고 그의 쾌유를 바라는 게 최선이다. 힘내라, 손흥민.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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