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모를 아픔 보듬으니… 새로운 가족 보이더라
기우네 구걸로 휴게소서 ‘기생’
연민 느낀 영선 ‘거금’ 주지만
상습 구걸 알고 경찰에 신고
남은 식구 가여워 직접 돌봐
행복·불행 뒤섞인 삶 속에도
누군가 선한의지로 변화 초래
이상문 감독 “가족은 정서 유대
사람 사이 온기 전하고 싶어”
가까이 들여다보니 역시 인생은 비극이다.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 2만원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아빠 기우(정일우 분)는 아이들과 만삭 아내 지숙(김슬기)을 앞세워 휴게소 이용객들에게 돈을 빌려 생활한다. 영선(라미란) 역시 기우네 가족에 속아 7만원이라는 거금을 건넨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가족은 오랜만에 휴게소 식당에서 만찬을 즐긴다.
그러나 감독은 행복과 불행을 명확히 나누지 않는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는 가족 모습은 때로는 행복이고, 때로는 불행이다. 화마로 이어지는 엔딩 역시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행복과 불행이 형체 없이 뒤섞인 것이 삶이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의 선한 의지는 변화로 나아가는 길이 된다.
영화는 올해 개봉했던 ‘브로커’, ‘말임씨를 부탁해’ 등 작품처럼 새로운 가족 모습을 제시한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순환한다”는 대사처럼 붕괴한 두 가족은 전통 가족 개념에서 더 나아가 한 가족으로 재탄생한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이들 모습은 “가족의 의미는 혈연관계가 아닌, 정서적 유대”라는 이상문 감독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정직한 후보’, ‘걸캅스’ 등 명실상부한 ‘코미디 여왕’ 라미란은 슬픔을 가슴에 얹고 사는 엄마 역할로 영화 중심을 탄탄히 잡았다. ‘SNL 코리아’ 등을 통해 유쾌하고 코믹한 캐릭터를 주로 선보였던 김슬기도 연기 변신을 했다. 그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고단한 삶을 버텨내는 지숙이라는 인물을 통해 많은 대사 없이도 관객들 마음을 울린다.
3∼4개월의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됐다는 아역 배우 서이수, 박다온은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서이수는 어른들 아픔의 무게를 짊어지고 애어른이 된 은이의 얼굴을 그려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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