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간 친구 죽고 홀로 살아”…생존자들 ‘집단 공황’ 가시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오상도 2022. 11. 3. 20: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태원 압사 참사를 목격한 생존자와 대응 인력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호소하는 등 심리적 고통에 빠져들고 있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직후 집중적으로 운영된 도내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에는 지난달 31일 오전 9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만 사흘간 276명이 상담을 요청해왔다.

직접 참사를 겪지 않았지만 불안과 우울이 전염되는 집단 공황 상태도 이번 상담전화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죄책감·불안감 토로
이태원 압사 참사를 목격한 생존자와 대응 인력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호소하는 등 심리적 고통에 빠져들고 있다. 대다수 생존자는 ‘죽어가는 사람들 틈에서 나만 겨우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깊은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설명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사진과 영상을 통해 사고 현장을 가감 없이 목격한 이들도 불안과 우울, 분노에 전염되면서 사회적 집단 공황 양상을 띠게 됐다.
수원시 광교신도시 경기도청사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의 추모게시판. 오상도 기자
◆ 집단 공황 가시화?…불안과 우울, 분노의 전염

3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직후 집중적으로 운영된 도내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에는 지난달 31일 오전 9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만 사흘간 276명이 상담을 요청해왔다. 하루 평균 90명을 웃도는 수치로, 이 중 절반가량은 참사 목격자와 대응 인력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담을 받은 276명 가운데 외상 후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신체 증상 등에서 고위험군으로 판정된 이들은 3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이들 고위험군에게 의료기관 이용과 정신과 치료비 지원 등을 안내하고,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의 한 40대 가장은 이번 참사로 아들을 잃었다며 심적 고통을 호소해왔다. 그는 “장례를 치렀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며 힘에 부친 듯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참사 당일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을 방문했던 한 20대 청년은 친구 2명을 잃고 홀로 돌아왔다는 죄책감과 불안감을 토로했다. “인파 속에서 나만 구조돼 살았다”며 흐느꼈다.
수원시 광교신도시 경기도청사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오상도 기자
◆ 경기도 상담전화에 만 사흘간 276명 상담…SNS 사진·동영상에 간접 피해

도 관계자는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국가 트라우마센터가 직접 관리해 도에선 보조적 도움만 제공할 수 있다”며 “일부 언론의 과잉 취재와 반복되는 참사 보도에 피해자와 유가족이 상당히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참사를 겪지 않았지만 불안과 우울이 전염되는 집단 공황 상태도 이번 상담전화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집단 공황에서 파생한 연쇄 분노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SNS를 떠돌며 여과 없이 전달된 현장 분위기가 이 같은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간접 피해자들은 상담 전화에서 정부를 비난하고 정치인들을 조롱하며 이유 없이 화를 내기도 했다. 패닉과 공황이 반복되면서 평소보다 쉽게 분위기에 휘둘리는 경향도 감지됐다. 

도는 이번 참사에서 20~30대가 많이 희생된 만큼 심리상담이 필요한 청년층이 많을 것으로 보고, 도가 추진 중인 청년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사업(마인드 케어)과 연계해 만 19∼34세 도내 청년에게 연간 최대 36만원의 외래 진료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은 전문적 상담이 꼭 필요하다”며 “심리적 충격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주변 청소년과 가족의 적극적인 심리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