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집'이면 두 배 더 비싸...부동산 시장서도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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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1차 평가에서 47만2,000달러(약 6억7,000만 원)로 책정됐던 주택 가치는 소유자가 백인인 줄 알고 진행된 2차 평가에선 75만 달러로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미국 부동산업계에 짙게 드리운 '인종차별'로 위치와 편의시설 등 조건이 동일한 주택이 단순히 소유자 인종에 따라 감정평가에서 평균 2배 정도의 차이가 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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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흑인에 주택대출 거부한 잔재 남아"
평가사의 97% 이상이 백인인 점도 작용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에선 이른바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이라는 실험이 진행됐다. 미 부동산 시세 감정평가에서 흑인이 소유한 주택을 백인 소유라고 속여 본 것이다. 집 안에 놓인 얼굴사진 등을 치우고 부동산 감정평가사가 방문할 시간에 맞춰 백인을 불러다 현관문 앞에 세워 놓았다.
그랬더니 1차 평가에서 47만2,000달러(약 6억7,000만 원)로 책정됐던 주택 가치는 소유자가 백인인 줄 알고 진행된 2차 평가에선 75만 달러로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해당 주택을 소유했던 흑인 부부는 둘 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의 교수로 일하는 사회 저명인사였지만, 흑인을 낮게 보는 미국 사회 내 편견 앞에선 좋은 직업이나 배경도 아무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백인이 모여 사는 지역' 이유만으로 주택 가격 3배 비싸
미국 부동산업계에 짙게 드리운 ‘인종차별’로 위치와 편의시설 등 조건이 동일한 주택이 단순히 소유자 인종에 따라 감정평가에서 평균 2배 정도의 차이가 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주택 감정평가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기 전 전문 감정평가사를 통해 주택의 시세를 매기는 과정이다.
NYT에 따르면 미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주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처음으로 발표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4,700만 건의 주택 감정평가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대도시 지역 △건물 외형 △소유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공원과 식료품점 등 편의시설 유무 등의 조건을 동등하게 놓고 부동산 감정평가 내역을 비교했다.
그 결과 동일한 주택 조건하에서 백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해당 주택의 감정 가격은 흑인과 아시아인, 히스패닉 등이 많이 사는 지역 내 비슷한 주택 시세보다 3배나 높게 평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인종 간 격차는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더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종 프리미엄 덕분에...백인, 유색인종보다 자산소득 쉽게 늘어
이런 ‘인종 프리미엄’ 덕분에 백인 주택 소유자가 유색인종보다 부를 더 쉽게 쌓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던 팬데믹 기간에 백인들은 인종 프리미엄을 더 누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백인 소유 주택 가격은 평균 13만6,000달러가 상승했다. 하지만 유색인종이 소유한 비슷한 집들은 평균 6만 달러가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 감정평가에서 인종적 불평등이 남아 있는 건 유색인종이 거주할수록 지역 내 범죄가 많을 거라는 미국 사회 내 뿌리 깊은 편견 때문이다. 주택가격을 매기는 감정평가사의 97%가 백인이라는 점도 '흑인 집값 깎아내리기'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 일리노이대 사회학 조교수인 주니아 호웰은 “1930년대 흑인이 사는 지역에 빨간 테두리를 긋고 주택금융 대출을 거부했던 미 연방은행의 차별적 정책인 ‘레드라이닝(Redlining)’의 잔재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라며 "백인 거주 지역에서 유색인종을 배제하는 시스템이 오늘날에도 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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