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집'이면 두 배 더 비싸...부동산 시장서도 '인종차별'

김현우 2022. 11. 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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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1차 평가에서 47만2,000달러(약 6억7,000만 원)로 책정됐던 주택 가치는 소유자가 백인인 줄 알고 진행된 2차 평가에선 75만 달러로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미국 부동산업계에 짙게 드리운 '인종차별'로 위치와 편의시설 등 조건이 동일한 주택이 단순히 소유자 인종에 따라 감정평가에서 평균 2배 정도의 차이가 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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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같은 조건이어도, 흑인 소유면 평가 박해
"1930년대 흑인에 주택대출 거부한 잔재 남아"
평가사의 97% 이상이 백인인 점도 작용
지난달 12일 미국 미시시피주의 한 주택 앞에 '판매 중'이라는 팻말이 놓여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에선 이른바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이라는 실험이 진행됐다. 미 부동산 시세 감정평가에서 흑인이 소유한 주택을 백인 소유라고 속여 본 것이다. 집 안에 놓인 얼굴사진 등을 치우고 부동산 감정평가사가 방문할 시간에 맞춰 백인을 불러다 현관문 앞에 세워 놓았다.

그랬더니 1차 평가에서 47만2,000달러(약 6억7,000만 원)로 책정됐던 주택 가치는 소유자가 백인인 줄 알고 진행된 2차 평가에선 75만 달러로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해당 주택을 소유했던 흑인 부부는 둘 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의 교수로 일하는 사회 저명인사였지만, 흑인을 낮게 보는 미국 사회 내 편견 앞에선 좋은 직업이나 배경도 아무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백인이 모여 사는 지역' 이유만으로 주택 가격 3배 비싸

지난 4월 26일 미국 일리노이주의 주택가를 항공 촬영한 모습. EPA 연합뉴스

미국 부동산업계에 짙게 드리운 ‘인종차별’로 위치와 편의시설 등 조건이 동일한 주택이 단순히 소유자 인종에 따라 감정평가에서 평균 2배 정도의 차이가 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주택 감정평가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기 전 전문 감정평가사를 통해 주택의 시세를 매기는 과정이다.

NYT에 따르면 미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주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처음으로 발표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4,700만 건의 주택 감정평가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대도시 지역 △건물 외형 △소유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공원과 식료품점 등 편의시설 유무 등의 조건을 동등하게 놓고 부동산 감정평가 내역을 비교했다.

그 결과 동일한 주택 조건하에서 백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일수록 해당 주택의 감정 가격은 흑인과 아시아인, 히스패닉 등이 많이 사는 지역 내 비슷한 주택 시세보다 3배나 높게 평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인종 간 격차는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더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종 프리미엄 덕분에...백인, 유색인종보다 자산소득 쉽게 늘어

지난해 5월 2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주택 앞에 해당 부동산이 "팔렸다"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AP 연합뉴스

이런 ‘인종 프리미엄’ 덕분에 백인 주택 소유자가 유색인종보다 부를 더 쉽게 쌓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던 팬데믹 기간에 백인들은 인종 프리미엄을 더 누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백인 소유 주택 가격은 평균 13만6,000달러가 상승했다. 하지만 유색인종이 소유한 비슷한 집들은 평균 6만 달러가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 감정평가에서 인종적 불평등이 남아 있는 건 유색인종이 거주할수록 지역 내 범죄가 많을 거라는 미국 사회 내 뿌리 깊은 편견 때문이다. 주택가격을 매기는 감정평가사의 97%가 백인이라는 점도 '흑인 집값 깎아내리기'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 일리노이대 사회학 조교수인 주니아 호웰은 “1930년대 흑인이 사는 지역에 빨간 테두리를 긋고 주택금융 대출을 거부했던 미 연방은행의 차별적 정책인 ‘레드라이닝(Redlining)’의 잔재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라며 "백인 거주 지역에서 유색인종을 배제하는 시스템이 오늘날에도 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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