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숄츠 방중에 기대…"중국-독일 협력 영역이 경쟁보다 커"(종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4일 방중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결속이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멀어졌던 유럽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호기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독일은 전면적 전략 동반자로, 올해는 양국 수교 50주년의 해"라며 "반세기 동안의 교류·협력은 양국이 뜻을 같이하는 부분이 이견보다 많고, 협력의 영역은 경쟁보다 원대하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했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실용적 협력과 호혜·윈윈의 기조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세계 평화와 안정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 방중 및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기대는 유럽의 중심 국가인 독일과의 관계를 '메르켈 시대'에 가깝게 돌리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재임 기간 독일과 유럽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정한 균형을 유지했다는 것이 중국의 인식이다. 메르켈이 유럽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기간 유럽의 외교는 대미 자주성을 유지했기에 중국-유럽이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도 교역을 고리 삼아 상호 이익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년 말 메르켈의 사임과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유럽은 미국과의 군사·외교적 결속을 급격히 강화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비판하지 않는 중국을 사실상 러시아와 한 편으로 규정하면서 중국과 유럽의 관계는 복잡해졌다.
그에 더해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의혹, 대만과 유럽 국가 간 관계 강화 등으로 인해 양측 관계가 삐걱대면서 중국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의 유럽의회 비준은 공중에 뜬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직후 숄츠 총리가 중국을 찾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대독일 뿐 아니라 대유럽 관계 개선을 위해 최대한 활용해야 할 기회인 셈이다.
중국의 카드는 단연 거대 시장을 앞세운 교역인 것으로 보인다.
숄츠 총리의 이번 방중에는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롤란드 부쉬 지멘스 CEO, 벨렌 가리호 머크 CEO, 크리스티안 제윙 도이체방크 CEO, 마르틴 브루더뮐러 BASF 이사회 의장 등 재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독일 매체에 보도됐다.
시진핑 국가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은 숄츠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경제·무역 협력 강화를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공세를 무력화하고, 미국과 유럽을 '갈라치기'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의 허즈가오 연구원은 3일자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이 독일 경제 번영의 토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독일에 비현실적"이라며 "독일은 합리적인 대중국 정책이라는 바른길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중·독 정상회담에서 숄츠 총리가 방중에 대한 자국 내 부정적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대중국 문제 제기와 양국 협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특히 중국이 극도로 예민해 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침해 논란 등에 대해 숄츠 총리가 어느 정도 선에서 언급할지 관심을 모은다.
자오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신장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외부 세력의 간섭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독일이 함부르크항 일부 터미널에 대한 중국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의 지분 참여를 허용하기로 한 데 대한 미국 측 경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중국과 독일 간 실무적 협력은 두 주권국 사이의 일"이라며 "미국이 개입할 자격이 없다. 그들의 패권주의적 사고와 '협박 외교'의 악습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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