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경제 결코 우습게 보지 말라… 우파다운 정책 쓰면 국민 다수 지지"

이규화 2022. 11. 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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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남탓 하기 전 경제문제 해결 주체인 동시에 '문제 그 자체다'라는 말 새겨야
경제양극화·경제민주화 표현은 미신적개념… 잘못된 관념 우리사회 뿌리박혀있어
대통령되는 것도 어렵지만 대통령된 후 경제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게 훨씬 어려워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고견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前무역협회장

본보는 20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10회에 걸쳐 무역협회장과 초대 장관급 공정거래위원장, 대통령경제수석(장관급) 등을 역임한 경제계 원로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집필하는 '김인호의 대통령 경제론'을 게재했다. 새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가져야 할 기본적 지식·소양·자세 등을 제시하며, 성공적 대통령이 되길 바라서였다. 임기를 마감하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리스크'를 절감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대통령 리스크를 줄여보자는 취지도 있었다.

첫 회 '극복돼야 할 대통령 리스크'를 시작으로 대통령이 가져야 할 시대적 사명의식, 시장과 정부의 바람직한 관계정립, 위기 대처 자세, 미신적 경제 개념들에 대한 성찰, 경제안보에 대한 국제적 안목의 고양 등에 대해 개진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실무를 책임졌던 사무관에서부터 주요 정책의 설계, 운용에 참여하고 대통령 참모로서 조언하며 축적한 경험과 산지식이 공감을 얻었고 많은 지지를 받았다.

200자 원고지 기준 400매에 가까운 장문의 대통령 경제론은 하나의 단행본으로 엮어도 손색이 없다. 연재를 마치며 그동안 김 이사장이 개진했던 논지와 그 배경에 대해 육성으로 직접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인터뷰는 지난 2일 철도청장을 역임한 김 이사장이 주 2~3회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로 이용하는 용산 철도회관에서 가졌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우리나라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을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개진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디지털타임스가 제 글을 10회에 걸쳐 짤막한 칼럼도 아니고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연재하고자 한 걸 높게 평가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사실상 모든 언론을 통틀어 이런 시리즈를 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대통령의 경제학'이라고 해서 과거 대통령이 한 걸 갖고 평가하는 글들은 더러 있었습니다. 외국에는 대표적인 것이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역임한 허버트 스타인 교수의 '대통령의 경제학'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이장규 기자가 쓴 '대통령의 경제학'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다 의미 있지만, 앞으로 대통령이 무얼 해야 되느냐, 지나간 거 갖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앞으로 대통령이 도대체 어떤 인식과 지식을 가져야 되고, 경제에 대해 어떤 이해를 가져야 하며, 앞으로 어떤 경제정책을 써야 되느냐, 그렇게 하는 데 있어서 제약 요인은 뭐냐, 또 그걸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이런 이슈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개진한 경우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독자들의 호응이 컸습니다. 특히 전문 경제관료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이정표적 일을 해내시며 축적한 경험 및 산지식과 너른 식견에 동의하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특히 지식인층에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보람을 느낍니다. 10회에 걸쳐 10가지가 주제가 있었지만 좀 줄여서 보면 저는 한 5가지로 의미를 새겨볼 수 있다고 봅니다. 첫째 '대통령 리스크'로 시작했는데, 대통령 리스크를 어떻게 하면 극복하고 줄여야 할까 하는데 우선 초점을 맞췄습니다. 전에도 어느 칼럼에서 잠깐 언급한 것 같은데, 제가 박근혜 대통령한테 경제에 대한 종합적 자문을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어요. '대통령 되시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대통령 되셔서 우리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가시려고 하십니까.' 이렇게 물었단 말이에요. 나는 '시리어스하게' 물었습니다. '정말 자신 있습니까?' 그런데 제 생각에 별로 시리어스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자신이 있었다는 의미인가요, 아니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답을 했다는 건가요.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나 대통령들은 '내가 대통령 되면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 뿐만 아니고 우리나라 모든 대통령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천만의 말씀입니다. 대통령이 다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 되는 것도 어렵지만 대통령 되고 나서 경제를 제대로 하는 게 훨씬 더 어렵습니다. 그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었던 겁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인물들에겐 좋은 교육적 자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를 결코 우습게보지 말라, 이게 제 첫 메시지입니다. 제대로 경제를 알아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누가 대통령이 되든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역대 대통령들을 쭉 봤을 때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시대적 사명이 있습니다. 그때 그 시점에서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또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겁니다. 이 말은 대통령이 '적당히 다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역사적으로 자기 재임기간에 자기에게 부여된 사명을 정확히 알고 거기에 어드레스 하는 대통령이어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대통령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말씀입니까.

"예컨대 우선 미국 대통령 한번 생각해 봅시다. 비교적 최근의 레이건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입니까? 아닙니다. 안보 전문가입니까? 아니잖아요. 배우 출신 아닙니까. 그렇지만 그 사람은 대통령으로서 자기가 수행해야 할 사명이 뭐냐 하는 것을 정확히 알았습니다. 두 가지예요. 첫째는 소련을 붕괴시켜야 된다, 악의 축인 소련을 붕괴시켜야 세계평화가 온다는 것을 알았고 그 목표를 정했습니다. 둘째는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거였습니다. 딱 이 두 가지를 내가 대통령으로서 해야 될 일로 정한 겁니다. '나머지는 참모들이 알아서 다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만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두 가지를 모두 잘 완수했잖아요. 소련이 해체됐고 경제는 레이거노믹스로 다시 일으켜 세웠잖아요."

-그 사례를 들으니 대통령이라는 직분의 엄중함이 부각됩니다.

"우리나라를 한번 볼까요. 가령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까지는 내가 보기에 그런 사명을 나름 정확히 알았다고 봅니다. 결과도 성공했고요.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 이후에는 다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전반기에 분명히 자기가 해야 할 사명을 알았는데 후반기 들어 흐트러지기 시작했어요. 그 다음에 DJ(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까지 다섯 사람은 자기가 경제적으로 무엇을 해야 되느냐 하는 사명에 대한 인식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경제적으로 보면 시간이 갈수록 시대적 사명을 잘 인식하지 못한 인물이었다는 겁니다."

-왜 임기 후반에 김영삼 대통령이 경제적 사명 의식이 흐려진 건가요.

"김영삼 전반기 이전까지의 경제는 어떡하든지 경제를 키워놓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것이 대통령의 사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는 경제가 구조적으로 확 바뀌기 시작하고 세계경제가 달라졌기 때문에 우리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대통령의 경제적 사명이 돼야 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 사명에 대한 인식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흔히 '외환위기'를 잘 극복한 대통령으로 인식되는데요.

"김대중 대통령은 스스로 경제를 잘 알고 또 경제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나는 나라경제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경제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노사문제를 이렇게 안 풀리게끔 만든 건 특히 아쉽습니다. 정부역할이 잘못된 쪽으로 변했습니다. 개선된 게 없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개혁하라고 하는 4가지 부문 가운데 먼저 정부개혁을 하고 그 다음에 노사개혁 그 다음에 금융개혁, 기업개혁을 해야 하는데, 이 순서를 거꾸로 했습니다. 정부가 바뀌어야 그 다음에 노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금융과 기업은 저절로 바뀝니다. 그런데 그 순서를 몰라서 거꾸로 한 게 아니고 그 사람의 사상 때문에 그랬던 거란 말이에요. 사회주의 사상 때문에 정부 역할을 바꾸지 못한 거고, 정부의 역할을 오히려 더 강화시켰고 그 다음에 노조에 대해서 제대로 된 노사정책을 안 썼단 말이에요. 노조를 그냥 방치하고 오히려 노조의 힘을 터무니없이 키워주는 그런 쪽으로 가가지고 기업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을 만든 겁니다.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골칫거리인 노사관계 악화의 씨를 그때 뿌린 겁니다. 그때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오히려 더 악화시켰어요. 대통령으로서 자기의 사명이 무언지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들이 자기의 시대적 사명을 어떻게 해야 알 수 있습니까.

"그게 제가 대통령 경제론을 쓴 세 번째 이유인데요, 우리가 모든 일 할 때 개인이건 기업이건 사회이건 정부이건 먼저 해야 될 일은 자기를 아는 겁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외친 것처럼 먼저 자신을 알고 남을 알 생각을 해야지, 자기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먼저 남을 알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단 말이에요. 경제에는 3주체, 기업·가계·정부가 있잖아요. 그런데 정부는 기업하고 가계에 대해서 잘 아는 것처럼 관여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 자신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는 거예요. 정부는 경제문제에 있어서 문제해결 주체인 동시에 '문제 그 자체다'라는 말을 새겨야 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에서 주요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신 이사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니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런 이야기 하면 실감이 안 나지만 저는 정부공직자로 30년 공인으로 20년이나 일했던 사람이에요. 또 운이 좋게 저는 공정거래, 소비자정책, 중소기업정책, 물가정책 등 골고루 경력을 쌓았어요. 이렇게 골고루 경험하긴 쉽지 않단 말이에요. 그리고 경제의 본질적인 이슈들을 다뤘단 말이에요.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 내가 정부 출신이지만 '정부가 진짜 문제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어느 누구 개인의 탓을 하기 전에 정부가 달라지지 않으면 경제가 안 된다, 또 대통령이 경제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해야 되는 건 정부가 무언가, 정부가 무엇을 해야 되고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또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알아야 된다는 겁니다. 이런 것을 모르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줄 알고, 또 해야 될 건 안 하고 안 해야 될 것을 하려는 인식과 태도가 경제를 망치는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의 리스크'와 직결되는 겁니다."

-대통령이 되면 의욕이 충만합니다. 의욕이 약해도 문제지만 의욕이 앞서서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임기 초반 왕왕 있는데요.

"대통령이 경제를 잘못 다룸으로써 경제가 엉망으로 되는 네 번째는 대통령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대통령에게는 굉장히 많은 제약 요인이 있어요. 예를 들어 우선 국회와 야당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한국적 상황은 단순히 정책이나 견해의 차를 가진 당이 아니고 사상(思想)이 완전히 다른 정당이란 말이에요. 이 상태에서 취임사에서 35번이나 외친 '자유'와 자유주의 정책을 과연 시행할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닥치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 포기할 거냐 아니면 또 그냥 갈 거냐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겁니다. 또 정부 관료시스템이 갖는 문제점도 제약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자기가 다 하는 줄 알지만 안 그래요. 관료들이 대통령이 지시하면 겉으로는 다 하는 척 하지만 뒤로 가선 딴 짓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검찰을 예를 들면, 윤석열 대통령도 검사 출신이지만 우리나라 법치와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문제가 많다는 걸 알아야 됩니다. 윤 대통령은 손이 안으로 굽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검찰이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제가 말하는 문제는 민주당이 강행한 '검수완박'이 겨냥하는 그런 방향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 검찰이 법치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있는지 의심될 때가 있습니다. 죄형법정주의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들어 있는데, 도대체 검찰이나 한국의 형사정책 형사를 관할하는 사람들이 죄형법정주의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심지어 검찰총장이었던 내 친구한테서도 형사사건이 무언지도 모르는 것을 발견했어요. 형사사건이 될 수 없는 걸 형사 사건으로 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검찰입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 문제를 정말 제대로 알고 고쳐나갔으면 합니다."

-이사장님은 우리 경제주체들에 경제에 대한 미신적 개념들이 통용되고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특히 대통령은 더 유념해야 하지 않습니까.

"특히 양극화 문제, 무슨 경제민주화 같은 이런 잘못된 관념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걸 '미신적 개념'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 생각들이 우리사회에 뿌리 박혀 있습니다. 이것 역시 대통령이 경제를 운용하는데 제약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거든요. 하루아침에 다 털어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지 못하지만, 이런 제약 요인들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래야 대통령이 경제를 제대로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나는 솔직히 얘기해서 그런 생각을 제대로 해온 대통령이 이 나라에 있었는가 하면, 부정적입니다. '경제민주화'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이 무슨 경제원리로 오해되고 있어요. 경제양극화를 얘기하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양극화이고,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양극화의 범위는 어디까지냐 하는 것은 모호합니다. 경제가 성과에 따라서 갈리는데 그게 다 양극화라고 하면 자본주의가 아예 성립 안 되는 거거든요.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밖에 안 돼요. 가령 부동산 시장에서도 '투기'와 '1가구1주택'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그런데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투기라는 개념이 과연 성립될 수 있는 개념인지는 깊이 고민을 안 합니다. 나는 절대 성립이 안 된다고 보는 사람입니다.한 가구는 한 채의 집만 가져야 된다고 하면 누가 임대주택을 내놓을 수 있습니까. 모든 국민이 다 집 한 채씩만 가져야 한다는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에 있으며, 집은 가구 수에 필요한 수만큼 있으면 되지, 그걸 다 소유해야 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소유하는 사람도 있고 임대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모습니다. 1가구1주택 정책을 쓰면 누가 임대업을 하라는 겁니까."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이사장님도 수년 전에 이미 버블 붕괴를 예상하면서 시장 왜곡 정책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한 것 같은데요.

"부동산은 반드시 거품이 꺼질 텐데 어떻게 할 거냐, 몇 년 전에 칼럼을 썼어요. 부동산 거품은 당연히 꺼지게 돼 있죠,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갔는데 그 가격이 어떻게 유지가 됩니까. 그럼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겁니다. 부동산 정책을 시장의 이해 없이 펴다보니 이런 부작용을 키우는 겁니다. 경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없이는 경제 운영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방법론, 대통령이 가져야 할 글로벌 안목도 개진하셨는데요.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국내적인 문제와 국제적인 문제 두 분야에 대해 가져야 할 인식을 제시했습니다. 국내서 개혁을 해야 한다고 하면 말이 좋아서 개혁이지, 내가 말하는 개혁은 남들의 생각을 바꾸는 게 개혁이 아니에요. 줄이고 없애는 게 계혁이 아니고 오리엔테이션(지향성)을 바꿔야 된다는 겁니다. 모든 개혁에는 공통되는 원리가 있습니다. 그 원리를 제대로 찾아서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두 번째로 세계에서 한국의 존립과 번영,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이냐는 점입니다. 현재 세계 유일 패권국가는 미국입니다. 중국이 패권국가가 되겠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중국은 영원히 패권국가가 못 됩니다. 왜냐하면 제시할 수 있는 가치와 질서가 없어요. 제시할 수 있는 가치와 질서가 있어야 패권국가가 되는 겁니다. 중국이 제시하는 게 뭐가 있나요? 소위 '중국몽'이 옛날 온 나라가 다 자기 발밑에 엎드리고 자신은 천자의 나라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게 어떻게 세계의 가치가 될 수 있나요? 안 되죠. 못 되죠.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세계질서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우리가 유리한 쪽으로 세계질서를 활용할 것이냐 고민하는 것이 국가의 생존 전략인 동시에 발전 전략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패권경쟁에서 보듯 특히 경제는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국제정치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도는 알아야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예컨대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당한 것은 그 당시 세계라고 하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 했기 때문이에요. 일본이 그동안에 얼마나 커졌고 전국시대를 거치고 통일이 되면서 많은 군대를 갖게 됐는데, 이걸 갖고 다른 나라 쳐들어가는 거 외에는 할 게 없다는 것쯤은 파악했어야 합니다. 당연히 한국으로 쳐들어올 거라는 걸 각오했어야 했습니다. 그런 안목이 없이 있다가 침략을 당한 겁니다. 명청 교체기도 마찬가집니다. 여진족이 융성해 지금 중국 본토를 다 잡아먹으려고 하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계속 명나라에만 의존하다가 당했습니다. 조선 말기도 마찬가집니다. 제국주의 세계질서에 대한 이해가 전연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나 국제정치 식견이 탁월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경제와 안보, 국제질서에 대한 남다른 시각과 혜안을 갖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적어도 일반 국민보다 대통령은 그 정도 이상은 알아야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교육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됩니다. 국민에게 영합하는 대통령, 국민의 비위나 맞추는 대통령이 아니고 가끔가다 뼈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통령 말입니다. '우리가 반성해야 된다. 우리가 고쳐야 된다. 우리가 달라져야 된다'며 왜 그래야 하는지를 권위있게 설명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는 겁니다."

-거대야당을 상대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국민과의 소통을 늘려야 합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요. 그리고 언론도 이해시키고요. 물론 지금 언론도 상당히 문제가 많은 건 사실 아닙니까. 윤 대통령이 그동안 자유주의를 부르짖었잖아요. 취임사에서 35번이나 외쳤고 틈날 때마다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이 점을 국민에게 호소해야 합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그걸 구체화하려면, 첫째 정부의 역할을 조정해야 되고 기업과의 관계를 재조정해야 됩니다. 그동안 정부가 마음대로 기업을 적폐의 대상으로 몰았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 기업의 가치와 존재를 살려줘야 합니다. 경제운용의 원칙은 어쩌면 간단합니다. 시장에서 국민들이 선택하게 하고 그 선택으로 인한 효용이 극대화되도록 하는 겁니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경제의 목표입니다. 국민의 선택권을 고양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합니다. 여기서 모든 규제개혁이 출발해야 합니다."

-국정 수행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데, 여론조사 지지율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현재 각 업체들 지지율을 보면 조금 올라서 30% 중반대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당선 득표율(48.56%)보다도 훨씬 낮은데요.

"제가 한번 언론인한테 물어 볼게요. 우리나라 대통령 지지율 믿어도 됩니까? 저는 지지율 여론조사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저도 조사방법론을 공부한 사람인데, 설문 등 조사 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결과를 얼마든지 얻어낼 수가 있어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낮게 나오게 하고 싶으면 그에 맞춰서 설계하면 되고, 지지율이 높게 나오게 하려면 거기에 맞춰서 설계하면 됩니다.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신경 안 쓴다 하지만 신경 안 쓰는 대통령이 있을 수가 없죠,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저는 윤 대통령에게 '생즉사 사즉생'을 말하고 싶어요. 지지율에 연연하면 지지율이 절대로 올라갈 수 없어요. 지지율을 어떻게 하면 뛰어넘을 수 있는가 하는 쪽으로 지지율 추세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생즉사 사즉생을 예를 들어 설명하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윤 대통령은 스스로 자기가 정말 자유 지향주의자, 자유민주주의자, 쉽게 얘기해서 우파라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우파 표만 확실하게 다지면 되는 겁니다. 사회주의자, 종북세력, 좌파는 절대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단 한 표도 안 줍니다. 나는 그렇게 믿는 사람이에요. 윤 대통령이 아무리 정치를 잘해도 윤석열 절대 안 찍습니다. 안 되는 것을 갖고 노력하지 말고 우파 자유주의자, 민주주의자, 시장주의자 이 사람들의 확고한 지지만 받으면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민을 편 가르기 하라는 거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중도를 포기하라는 거냐고 지적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에는 중도라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중도라는 건 좌파다, 좌파에 항복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그렇게 봅니다. 우파가 우파답게 우파의 철학에 충실하게 정책을 채택하면, 우파적 사고를 가진 국민의 다수는 지지할 거로 봅니다. 며칠 전 브라질 대선에서 좌파가 승리하고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가 거의 다 좌파정권이 들어섰는데, 저 사람들 다 망합니다. 좌파가 잡은 나라가 제대로 되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어요. 국민들이 좌파가 더 많아져 좌파 대통령이 들어선다면 나라가 망하는 거고 그걸로 대한민국 끝입니다. 우파 정책이 편 가르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국민 중에 자유와 법치, 건전한 경쟁을 통한 발전을 믿는 우파가 많다고 보시는 거지요?

"지금 한국의 좌우는 타협을 할 수 있는 상태나 대상이 아닙니다.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전혀 세계관이 다른데 어떻게 타협이 됩니까? 절대로 타협이 안 됩니다. 무슨 중도 통합이니 뭐니 어쩌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쪽에 항복하겠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사장님께서도 이 나라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 노사관계에 대해 여쭙니다. 윤 대통령이 자유우파의 지지를 업고 노동개혁에 꼭 성공하길 바라는 이들이 아마 국민의 6~7할은 될 거라고 보는데요.

"개혁 이야기를 하려면 참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연금·공공·정부 개혁은 큰 틀에서 정부개혁으로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내가 전에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바꿔다는 것처럼 개혁은 어렵다고 비유한 적 있는데요, 그만큼 어렵습니다. 정부개혁에 대해서는 저보다 더 잘 아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예컨대 최종찬 전 장관 같은 분이 주장한 글을 보니 참 잘 썼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다 들어있습니다. 이 사람이 이야기 다 했는데 똑같은 이야기를 또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기업과 정부 간의 관계 이런 쪽으로 이야기하는 게 더 좋겠다고 봤어요. 노사관계 개혁도 내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노동개혁도 결국은 기업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모든 개혁은 시장으로 돌아가자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이 점을 명심해야 해요. 개혁은 시장원리가 깨진 것을 복원하고 시장원리에 맞도록 돌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개혁을 하려면 주체들이 생각을 같이 해야 하는데, 생각을 바꾸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그래서 오리엔테이션(지향점)을 공유하자고 말합니다. 윤 대통령이 정말 개혁을 하려면 각 부처를 비롯해 전문가들이 모여서 집단적 세미나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노사개혁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노사관계도 시장의 원리 안에서 풀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노사문제를 정치사회적 문제로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노조가이미 정치집단화 돼 있잖아요. 특히 야당의 절대적인 존립 기반이 노조인데, 그래서 노사관계 개혁이 더 어렵습니다. 논의하다보면 시장 문제가 아니고 정치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노동도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 이뤄지는 시장입니다. 이 점을 투철하게 인식시키고 접근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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