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 최지훈, 고척 대반격 키워드는 ‘순리’

김원익 2022. 11. 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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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려고 생각하고, 시도하려고 하지 않고 순리대로 했다. 고척에서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첫 경기라고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할 생각이다.”

‘아기 짐승’ 최지훈(24, SSG)은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회 쐐기 투런 포함 3안타 1도루 2득점 2타점으로 맹활약해 팀의 6-1 완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SSG는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 균형으로 돌려놨다.

1차전 실책성 수비로 실점의 빌미가 된 상황과 2차전에서도 나온 수비 장면 아쉬움을 공격으로 완전히 떨쳐냈다. 우리가 정규시즌 수없이 봤던 최지훈의 모습 그 자체였다.

최지훈이 KS 1,2차전 수비 아쉬움을 2차전 홈런 포함 3안타 맹활약으로 스스로 풀어냈다. 사진=천정환 기자

맹활약으로 SSG의 공격을 주도했다. 최지훈의 생애 첫 KS 출전은 공수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2차전에선 최지훈의 활약이 승리로 연결되면서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2일 경기 종료 후 만난 최지훈은 “(경기 전 타석에서 마음을 비우려고 했던 게)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정규 시즌에는 워낙 애플러에게 약했다(7타수 1안타)”면서 “오늘은 그냥 추신수 선배가 살아나가면 ‘최대한 타석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던 게 (불필요한) 힘이 더 빠지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2차전 팀이 3-1로 앞선 5회 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선 최지훈은 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3구째 체인지업을 커트해낸 이후 애플러의 4구째 124km 커브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비거리 110m.

프로 데뷔 이후 최지훈의 KS 첫 홈런인 동시에 SSG가 5-1로 점수차를 벌리는 귀중한 쐐기포였다. 3회 초 수비 상황 아쉬운 플레이, 전날의 실책성 플레이 등의 아쉬움을 한 방에 날려보냈다.

최지훈은 “홈런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나와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앞서 수비에서 안 좋은 그런 플레이가 나왔는데, 그걸 어느정도 만회할 수 있었던 그런 홈런인 것 같아서 더 뜻깊다”고 했다.

최지훈은 2구째 헛스윙으로 다리에 쥐가 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비슷한 코스의 4구째 커브를 다시 공략해 개인 통산 KS 첫 홈런을 쐐기 투런포로 장식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또 홈런 상황에 대해서 최지훈은 “헛스윙했던 2구째 커브와 거의 비슷한 코스였고, 2S였다 보니까 (포크볼과 변화구) 두 가지를 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았다”고 했다.

특히 홈런 이후 최지훈은 베이스러닝 도중 다리에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지훈은 “헛스윙을 하면서 발목이 안 돌아가려고 종아리에 무리하게 힘을 많이 쓰면서 갑자기 쥐가 났다. 치고 돌고 있는데 3루 베이스에서 다시 쥐가 왔다”면서 2구째 헛스윙 도중 쥐가 난 상황에서 홈런을 때렸다고 전했다.

이어 최지훈은 “걱정을 하면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는데 다행히 트레이닝 코치님한테 도움을 잘 받고 쥐가 풀려서 경기 종료까지 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3회 초 키움이 김휘집의 볼넷으로 잡은 무사 1루 기회서 송성문이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떨어지는 우중간 안타를 때렸다. 최지훈과 한유섬의 사이로 떨어진 절묘한 코스였지만 타구가 빠르지 않았고 서로 처리를 미루지 않았다면 아웃이 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중견수의 역할을 본다면 상대적으로 최지훈의 수비가 아쉬웠던 상황. 실책성 플레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2% 이상의 아쉬움은 남았다

이런 3회 초 아쉬웠던 수비 장면에 대해서 최지훈은 “콜플레이 미스라기보다는 내가 가서 잡아야 되는 게 맞았던 것 같다”면서 “그때 (한)유섬이 형이 그 상황에서 ‘내가 잘못했다’고 그렇게 말하셔서 좀 더 선배들, 형들을 믿고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최지훈은 아쉬운 수비 장면에서 오히려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해준 캡틴 한유섬을 보며 더 믿고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해야겠단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또 이날 최지훈은 6회 만루에서 적시 2루타를 때려 4안타 경기에다 더 많은 타점을 올릴 뻔 했다. 끈질긴 승부 끝에 좌중간 방면의 대형 타구를 날려 키움 중견수 이정후가 호수비로 잡아내 추가 득점이 무산됐다.

그 장면에 대해 최지훈은 “그건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말 상대가 잘 잡아낸 공이었고 이제 앞으로 남은 시리즈에서 나도 남은 시리즈에서 ‘저렇게 수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수비를 더 잘하고 싶다’는 의지를 더 불태웠다는 말이다.

2차전 경기 종료 후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최지훈은 시즌 때는 워낙 수비를 잘했는데 오늘은 외야에서 호흡이 조금 안 맞았다”면서 “이제 2경기를 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최지훈이 3안타 치면서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을 것 같다”며 최지훈의 수비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최지훈은 “수비에 있어선 오늘도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다”며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면서 최지훈은 “그런 (아쉬운) 수비를 잘 하지 않고, 또 그렇게 수비에 있어서 위축되지 않는 선수라고 내 자신을 올해 내내 믿고 있었는데 그쪽에서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는 실책, 경기에 영향력을 미치는 미스들이 나오니까 혼자 많이 위축됐던 것 같다”면서 ‘첫 가을야구의 중압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첫 가을야구에 너무 큰 실책이 나와서 머릿속에서나 가슴속에서 (중압감이 이후 나중에)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다. 수비 할 때 원래 눈치를 안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면서 수비하다보니 스스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그러면서 최지훈은 “그게 또 타격으로 조금은 풀린 것 같아서 다음 경기 땐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원래 하던대로 수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런 긴장감을 편안하게 풀어주려 애쓰는 선배들이 있어 박성한과 자신 같은 선수들이 좀 더 편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밝혔다.

이제 활약을 잊고 다시 순리대로 모든 걸 편안한 마음을 갖고 고척 원정 KS 3차전에 들어간다. 사진=김영구 기자

오는 4일과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연이어 열리는 KS 3~4차전에서도 최지훈은 여전히 SSG의 키플레이어다. 특히 결자해지(結者解之)로 자신의 아쉬움을 풀고 마음의 짐을 벗어던진 최지훈이 공수에서 다시 ‘날뛸 수 있느냐’가 SSG에겐 매우 중요하다.

최지훈은 “뭘 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시도하지 않고, 순리대로 오늘 경기에 몰입을 해보자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고척에서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첫 경기라고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가려고 생각 중”이라 전했다.

전혀 떨리지 않아서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편안하게 시작했던 최지훈의 첫 한국시리즈. 하지만 자신의 평소 기준에 못 미치는 모습들을 스스로 보여주면서 ‘마음의 덫’에 걸렸다.

하지만 그 덫을 다시 자신이 풀어헤치고 뛰쳐나온 만큼 ‘아기 짐승’의 포효와 질주는 이제부터 ‘0’에서 다시 시작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인천=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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