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 베이비스텝이냐, 빅스텝이냐… 한은의 줄타기

물가안정 위해선 빅스텝 불가피
"내년 1분기 연3.75%까지 오를것"

미국 최종금리가 상향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자회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냐,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자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를 줄이려면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그럴 경우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가파른 통화 긴축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과 가계 이자 부담 확대, 무역수지 적자 등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연 3.00%)과 미국(연 3.75∼4.00%)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p)로 벌어졌다. 두 나라의 기준금리 차이는 지난 9월 최대 0.75%p로 커졌다가 지난달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빅 스텝'과 함께 0.25%p까지 좁혀졌지만, 다시 1%p로 확대됐다.

1%p는 한·미 금리 역전기(2018년 3월∼2020년 2월) 당시 최대 격차와 같은 수준이다. 2019년 7월 18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내리면서 미국(연 2.25∼2.50%)보다 최대 1%p 낮아졌고, 이후 같은 달 31일 미국이 2.00∼2.25%로 인하하면서 격차는 0.75%p로 축소됐다. 결국 약 3년 3개월 만에 금리차가 다시 1.00%p까지 벌어진 셈이다.

더구나 연준은 다음 달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 또는 '빅 스텝'을 밟을 전망이다. 따라서 한은이 만약 24일 금통위에서 '베이비 스텝'으로 대응할 경우 연말까지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소 1.25%p(연준 '빅 스텝' 시), 최대 1.50%p(연준 '자이언트 스텝' 시)로 더 커질 수 있다.

한은이 10월에 이어 11월 사상 첫 2연속 '빅 스텝'에 나서도 차이가 작게는 1.00%p(연준 '빅 스텝' 시), 크게는 1.25%p(연준 '자이언트 스텝' 시)에 이른다. 지금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금리 역전기'에 최대 격차는 1.50%p(2000년 5∼10월)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두 번째 '빅 스텝'을 단행한 뒤 "금통위원들이 인상 기조는 이어가되 11월 인상 폭에 대해서는 여러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구체적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를 자제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장에선 이달 금통위의 '베이비 스텝', '빅 스텝'을 점치는 견해가 거의 반으로 나뉘고 있다. '베이비 스텝'을 예견하는 쪽은 무역적자 등 지표상 뚜렷한 경제 성장 둔화와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 자금시장 경색 등을 꼽는다. 반면 '빅 스텝'을 주장하는 쪽은 물가가 정점을 통과하지 않은데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에서 0.50%p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윤여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상 추세에 맞춰 내년 1분기까지 연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