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딸과 함께 돌아갑니다"…고려인 희생자, 시민 도움에 운구 해결

정세진 기자 2022. 11. 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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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5시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러시아 국적 고려인 박 율리아나씨(25)의 추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아버지 박 아르트루씨가 발걸음 해 몰린 취재진을 향해 "장례비 마련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는데, 국민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사진=정세진 기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함박안로 함박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고려인 박 아르투르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몰려든 취재진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 분향소는 박씨 외동딸 고(故) 박 율리아나씨(25)를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태원 참사로 숨진 율리아나씨 시신 운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본지 보도 후 배우 이영애씨를 비롯해 시민과 재계가 잇따라 지원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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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러시아 대사관은 총영사를 서울 용산구청으로 파견해 박씨가 생활안정자금을 지원받을 때 필요한 서류에 직접 서명하도록 조치했다. 관련 서류를 접수한 용산구청은 이날 오후3시쯤 구호금 2000만원과 장례비 15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외동딸을 고향 러시아로 보낼 채비를 마쳤다.

이날 오후 5시에는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추도식이 거행됐다. 고인의 장례식은 어머니가 기다리는 러시아 항구 도시 나홋카에서 치질 예정이다. 율리아나씨는 한국이 좋아 무작정 한국에 와 1년 6개월을 머물렀지만 쾌활하고 인기가 많은 성격 탓에 율리아나를 기리고자 하는 지인들이 많았고 함박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돼 인천 연수구 지원을 받아 추도식을 준비했다.

추모식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유정복 인천 시장과 부인, 장성숙 인천시의원, 함박공동체 주민 회장을 비롯해 고려인 동포 20여명과 비슷한 규모의 취재인이 함박종합사회복지관 2층 프로그램실을 가득 메웠다.

희생자를 위화 헌화를 한 유 시장은 잠시 먹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 시장은 "너무 안타까운 사고로 사망하신 박율리아나님께 어떤 말씀으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버지와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고려인 박 율리아나씨의 추도식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씨는 지난 29일 직장 동료와 함께 핼러윈 축제가 열린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진=뉴시스

추도식을 진행한 손정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대표는 "고려인들은 율리아나의 죽음을 자기 일처럼 느낀다"며 "언론과 우리 사회의 관심을 고려인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박씨에게 이어진 후원의 손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1000만원을 후원하기로 약속했고 시민들도 개인 자격으로 후원의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어제 150통 오늘 120통 정도 전화를 받았다"며 관심을 가져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버지 박 아르투르씨는 이날 추도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한국 시민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박씨는 "제가 지금 말이 잘 안 나온다"며 "제일 큰 문제는 돈이었다. 결제할 돈을 모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지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제 계좌에 1000원부터 50만원까지 들어왔다. 그것은 돈이 있든 없든 모든 사람이 괴로워해 줬다는 것"이라고 했다.

3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고려인 박 율리아나씨의 추도식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직장 동료와 함께 핼러윈 축제가 열린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사진=뉴시스

박씨는 "1000원이라도 괴로움을 보여준 것"이라며 "크게 감사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에 손 대표는 박씨가 따뜻한 시민들의 손길을 정중히 거절했던 사연을 전했다. 손 대표는 "고인의 아버지가 미안하고 부담스러워 자신이 지인들에게 빌려서 시신운구 비용을 마련했지만 급한 돈은 구했다며 성금을 그만 받겠다고 했다"며 "그렇게 해도 기부가 계속 됐다. 아버지는 지인들에게 시신운구 업체에 지불하지 못한 미납금만 겨우 마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해에서 페리호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내려 나홋카(고인의 고향)까지 차로 운구해서 현지에서 우리 풍습 그대로 장례하고 매장할 것"이라며 "딸 소식을 듣고 쓰러져 입원한 어머니를 추스르고 대책 없이 딸을 보내게 됐지만 '시민들의 추가 성금은 됐다'고 말했다"고 했다.

고인의 시신은 4일 오후 강원 동해시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행 페리선에 실려 고향 나홋카로 향한다. '그냥 한국에 살고 싶다'며 러시아 고향마을을 떠난 지 1년 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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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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