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휴대폰 열어보니…억장 무너지는 유족
[KBS 광주] [앵커]
이태원 참사로 20대 딸을 떠나보낸 어머니가 장례 절차를 마친 뒤 KBS 취재진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딸의 휴대전화를 열어보고, 또 뉴스를 접하며 온전히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하고 싶었다는 말, 김애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고향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갔다 참변을 당한 23살 A씨.
A씨의 휴대전화에는 당일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남아 있습니다.
저녁 7시 51분.
먼저 도착한 친구가 이태원 역에 사람이 많아 나가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20분 뒤면, 사람들이 넘어지고 다친다는 두 번째 경찰 신고가 접수된 때입니다.
1분 뒤, A씨가 이태원역에서 내리고, 두 사람은 일단 '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3분 뒤, A씨가 친구에게 보낸 사진.
이미 역 출구 계단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두 친구는 가족들에게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안타까운 시간, 유족들은 가슴을 칩니다.
[A 씨 어머니/음성변조 : "그때만이라도 아이가 도착하기 전이라도 '여기 들어갈 수 없다', 신고를 받았을 때 조금이라도 통제가 되었다면... 저희 아이도 이런 억울한 죽음은 당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장례를 치르고 나서 생각하니, 딸을 찾는 과정도 아픔으로 남습니다.
딸의 휴대전화를 수거했다는 경찰서로 갔지만, 행방을 모른다는 대답뿐.
어디서도 사망자나 부상자 명단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A 씨 어머니/음성변조 : "병원에 지금 몇 명, 어디 어디에 있느냐. 거기서는 아무것도 모른대요. 명단도 없대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간 병원에선 빨리 신원을 확인하고, 데려가라는 재촉을 받았습니다.
[A 씨 아버지/음성변조 : "신원을 빨리 확인해라. 그 부분부터 너무 우리 부모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그런 행동이 아닌가..."]
어이없는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는가, 묻고 답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유족들은 온전한 슬픔의 시간마저 빼앗기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김애린 기자 (thirst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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