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요" "사람 많은 곳 못가요" 부산 트라우마 호소 급증
전문가 배치 마음안심버스 운영
유족 대상 찾아가는 심리치료
1577-0199 전화 상담도 가능
부산에서 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의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시와 영남권 트라우마센터는 2일부터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화 심리 상담을 진행한다.
부산시는 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 상담을 마음안심버스와 전화 상담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버스는 영남권 트라우마센터와 함께 지난 2일부터 시청과 경찰청 연결 통로에서 운영한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고 정신건강 전문요원 3명이 상담을 진행한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느끼는 부산시민 누구나 상담받을 수 있다.
깊은 상실감을 겪는 유가족이 버스를 찾아 상담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시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유가족을 찾아가 심리 지원 제도 등을 안내했다. 유가족이 요청할 때 심리 상담을 진행한다. 시 관계자는 “이날 유가족 한 분의 요청이 있어서 자택에서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영남권 트라우마센터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모두 26명이 상담을 받았다. 시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A(20대) 씨는 식은땀을 흘리며 “무섭고 두려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29일 밤 이태원을 찾은 A 씨는 참사 1시간 전 현장을 떠나 변고를 피했지만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다. 주변의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게 된다고 한다. 센터는 A 씨가 버스 안에서 상담받은 뒤 “마음이 한결 진정됐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마음안심버스 안에서는 3단계의 심리 상담이 이뤄진다. 1단계는 트라우마 측정 설문지를 방문자가 작성한다. 2단계는 스트레스 측정 기계 ‘옴니핏’으로 뇌파를 측정해 스트레스 심각도를 분석한다. 3단계는 작성한 설문지와 스트레스 지표를 보고 심리 상담을 진행한다. 또 방문자가 심리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관계 기관을 안내한다.
시는 이태원 참사 관련 트라우마 전화 상담도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오후 기준 부산 전체 상담 전화는 58건, 상담 기관 연계 등 정보제공 전화는 9건으로 집계했다. 심리 상담은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로 전화하면 발신자 주소에 따라 16개 구·군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자동 연결해 받을 수 있다. 시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서울·경기권역처럼 상담 전화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았지만 이태원 참사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분들이 전화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태원 압사 참사’ 유족과 부상자를 돕기 위한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 지원센터는 국무총리실 내에 관계 부처 합동으로 신설되며, 사망자 장례와 부상자 치료, 구호금 지급과 심리 치료 등의 조치를 한 자리에서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또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사고 트라우마 극복과 심리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와 현장 대응 인력에 대한 치료는 물론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국민에게도 필요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립 트라우마센터는 홈페이지에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위험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자가 진단 척도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5가지 질문 가운데 지난 한 달 동안 3~5가지를 경험하면 ‘심각 수준’으로 정신 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2가지는 ‘주의’, 0~1개는 ‘정상’ 범주다.
질문은 ▷악몽을 꾸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그 경험이 떠오른 적 있다 ▷그 경험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떠오르게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했다 ▷늘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거나 쉽게 놀라게 됐다 ▷다른 사람 일상 활동 또는 주변 상황에 대해 가졌던 느낌이 없어지거나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사건이나 사건으로 인해 생긴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을 멈출 수가 없었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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