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상 밖 `파월 폭탄`… 재정·통화당국 정책 더 정교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3.00∼3.25%에서 3.75∼4.00%로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수순이었다. 정작 충격을 준 것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매파' 메시지였다. 그는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며 "각종 지표를 고려할 때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 9월에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다"고 밝혔다. 앞으로 금리 인상 횟수가 늘고 긴축 기간도 길어질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시장 기대와는 다른 언급이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앞으로 둔화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물가가 잡히지 않는 한, 연준이 내년 상반기까지 5%대로 기준금리를 높일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다음달 한은도 0.5%포인트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한미 금리차가 최대 1.0%포인트까지 벌어진 탓이다. 내년에도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준이 강도 높은 긴축을 이어갈 것이고, 벌어지는 미국과의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선 연준의 행보를 쫓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은이 미국 금리인상 속도를 따라가 급격히 금리를 높인다면 물가는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수와 고용이 탄탄한 미국과 달리, 우리는 성장과 소비, 수출이 둔화세이고 무역적자도 갈수록 쌓이는 상황이다.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 가계부채 뇌관이 터지고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는 판국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부실이 경제위기를 촉발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된다.

예상과 다른 파월의 '폭탄 발언'으로 후폭풍이 심각해질 조짐이다. 잘못됐다간 한국 경제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 될 것 같다. 금리 추가인상에 따르는 후폭풍을 잘 다스려야 한국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지 않게 된다. 정부는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이야기여서 실망이 크다. 정교한 정책 운용이 절실하다. 가계와 기업들이 급격한 이자부담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하고, 최후의 보루인 외환보유고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할 때다. 따라서 재정·통화당국의 정책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 딜레마 속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접점을 찾아내어 시장에 신뢰를 심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