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레고랜드` 흥국생명 영구채 사태… 손 놓은 태광그룹

강길홍 2022. 11. 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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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기상환 콜옵션 미행사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흥국생명 사태가 '제2의 레고랜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손을 놓고 있는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거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늑장 대처도 문제를 키웠던 금융당국이 흥국생명에 대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흥국생명을 압박해서라도 사태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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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상환 불발… 채권시장 또 혼란
국내 금융사 신용 하락 대형악재
금융당국은 '모르쇠' 늑장 대응
롯데건설처럼 그룹 적극 나서야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기상환 콜옵션 미행사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흥국생명 사태가 '제2의 레고랜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손을 놓고 있는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거세다. 롯데 그룹이 일시적 신용경색을 겪는 롯데건설 재무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듯 자금에 여유가 있는 태광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가 국내 금융사가 발행하는 영구채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흥국생명은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는데, 시장 여건 악화로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긴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신종자본증권은 명목상으로는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5년을 만기로 보고 있다. 조기상환권 미행사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은 아니지만 회사 신용도에는 커다란 악재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흥국생명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사 전체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흥국생명의 이번 결정이 채권시장을 또다시 혼란으로 빠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약속한 2050억원 규모의 춘천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 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이 부도 처리되면서 신용위기를 촉발시켰듯 흥국생명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외화증권의 신뢰도를 추락시켜 달러 조달에 차질을 빚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사안으로 문제가 없다는 '순진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와 관련해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따라서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이 문제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늑장 대처도 문제를 키웠던 금융당국이 흥국생명에 대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흥국생명을 압박해서라도 사태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이 소속된 태광그룹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레고랜드발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자금난에 빠진 롯데건설에 유상증자와 계열사의 자금 대출 등을 통해 6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쏟아부으며 지원에 나선 롯데그룹처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대한화섬과 티엔알 등 태광그룹 계열사들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흥국생명 자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지만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그룹 차원의 지원 논의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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