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충격 커지는 한국 경제… 산업계, 수출전선 ‘비상등’ [美, 4연속 자이언트 스텝]

안용성 2022. 11. 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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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우리 경제의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충격'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다.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고환율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산업계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현지 수요 위축으로 수출 실적이 악화할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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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방 압력 고조
고환율 당분간 지속 전망 우세
10월 수출 2년 만에 마이너스
연간 무역 적자폭 더 커질 듯
수입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져
수요 위축 땐 반도체 등 타격
‘수출 실적 더 악화하나’ 긴장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우리 경제의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충격’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다. 특히 수출이 문제다. 지난달 수출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운데, 이번 조치로 연간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강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으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 자리에서 “이르면 내달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종전 3.00∼3.25%이던 기준금리를 3.75∼4.00%로 0.75%포인트 올렸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것으로, 지난 6월을 시작으로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긴축 조치는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각국의 달러를 미국이 빨아들이는 효과를 내다 보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환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달러당 1400원까지 오른 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16% 절하(원화가치 하락)됐다. 미국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고환율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높은 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외국에서 물건을 사올 때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수입 물가는 원화 기준으로 전달 대비 3.3% 올랐다.

수입 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와도 연동된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6개월째 5%를 넘는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 물가가 잡히는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 연합뉴스
고금리·고환율·고물가는 우리 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미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가계 금융 불균형이 심화한 상황에서 과도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을 가중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내 산업계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현지 수요 위축으로 수출 실적이 악화할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출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겪은 상황이다. 여기에 금리 상승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로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위축되면 업황 악화는 가중될 전망이다. 반도체의 10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4%나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업계도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할부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현지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한국 자동차 수요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맞춰 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업계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부담이다. 철강업계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해야 해 환율이 오르면 생산비용도 늘어난다. 항공업계도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됐다. 대한항공의 변동금리차입금은 4조7000억원에 달하며, 평균 금리가 1% 오르면 470억원의 이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적정수준을 벗어나 원화가치 하락 등 거시경제 전반의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특히 기업의 자금 사정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유동성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을 사전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우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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