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콜옵션이 뭐길래…제2의 레고랜드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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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안녕하지만 채권시장은 안녕하지 않습니다."
이에 더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가 또 다른 악재가 되지 않을까 채권시장 종사자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5년이 지나면 돈을 일찍 갚을 권리(콜옵션)가 흥국생명에 발생합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11월 9일 돌아오는 콜옵션 행사기일에 이를 행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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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안녕하지만 채권시장은 안녕하지 않습니다."
증권업계에 있는 분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나누니, "저는 안녕합니다만 채권시장은 안녕하지 않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채권시장은 살얼음판 같습니다. LG유플러스나 한화솔루션같은 우량 기업의 채권조차 한때 수요 조사에서 다 팔리지 않을 정도로 채권이 인기가 없습니다. 신용이 더 나쁜 회사는 채권 발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업마다 자금관리에 비상입니다.
미국발 급격한 금리인상에 한국전력 채권의 과다발행으로 이미 살얼음판이 된 채권시장이었습니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사태가 악화된 것입니다.
이에 더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가 또 다른 악재가 되지 않을까 채권시장 종사자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 흥국생명은 무엇을 했나?
흥국생명보험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5억 달러를 빌렸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이라는 채권입니다. 이자율은 연 4.475% 이고 만기는 30년입니다.
그런데 30년은 기다리기에는 먼 시간이죠? 이 채권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5년이 지나면 돈을 일찍 갚을 권리(콜옵션)가 흥국생명에 발생합니다.
예전에 국내 금융사들은 대부분 5년이 되면 이 옵션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만기 5년짜리 채권으로 생각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11월 9일 돌아오는 콜옵션 행사기일에 이를 행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흥국생명은 왜 그랬을까요?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5년째가 되어 일찍 갚는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자율이 이자결정기준일 5년 미국 국채 금리에 연 2.472% 금리가 가산된 금리로 변합니다. 약 6.7~6.75%로 금리가 오릅니다.
예전에는 이 금리가 부담이 되는 높은 수준이었지만, 지금같이 불안한 채권 시장 상황에서는 괜찮은 금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는 콜옵션 행사 포기가 썩 괜찮은 수로 보입니다.
■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흥국생명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을 한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을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5년짜리 채권이라고 생각한 시장참여자의 기대가 무너졌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흥국생명뿐 아니라 우리나라 은행과 보험사들이 30년 만기로 발행한 채권들은 사실 채권자들이 5년 뒤면 돈을 갚겠지, 생각했는데 이제 그 기대가 무너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5년짜리인 줄 알았던 채권이 사실은 30년 혹은 그 이상(30년 만기가 되면 자동 연장되는 옵션도 있으니)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으로 변한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을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기관의 신종자본증권이 이처럼 콜옵션 행사를 안 한 경우는 13년 전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에도 한국물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타격이 있었습니다.
물론 30년 안에 흥국생명이 돈을 갚기로 할 수도 있습니다. 콜 옵션 행사 시기는 6개월마다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 과연 '제2의 레고랜드 사태'일까?
한 증권사 관계자는 "레고랜드와 다르죠. 레고랜드는 보증채무 불이행의 성격이 좀 있다. 평가사도 등급을 내렸다. 하지만 이렇게 했다고 해서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조정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일종의 기대를 어긴 것은 맞는데 외국의 경우에서는 종종 콜옵션 행사를 안 하기도 하기 때문에 당장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금융당국도 보도자료를 통해 "흥국생명의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살얼음판인 채권시장이 어떤 충격을 받을지 여전히 걱정하는 시장 참여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채권시장의 불안이 실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금경색에 대한 당국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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