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스타트업 빙하기?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갈 것”
“지금은 소나기가 내리는 때입니다. 많은 계획이 있더라도, 일단 비는 피해야죠. 저는 내년 말까지는 기다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태원 SK 회장은 3일 스타트업 육성기업 스파크랩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연 ‘스파크랩 데모데이’ 행사에 참석해 “스타트업 빙하기가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주변 투자자들에게 물어봐도 도저히 투자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지금은 시장을 읽고, 기다려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를 주최한 스파크랩의 이한주 공동대표와 대담에서 후배 창업가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했다. 그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면서 ‘세계화 시대의 끝’을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세상은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어떤 나라와는 헤어질 준비를 하면서 타이밍만 재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계화, 하나의 시장은 더 이상 돌아가지 않을 체제”라고 했다.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있는 최 회장은 규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가보니 각각의 사업이 고유의 문화 위에서 쌓아진 것이더라”며 “우리나라는 이를 다 법으로 해결하려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비즈니스는 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규제 혁신은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다”며 “규제혁신회의를 연다고 규제가 없어지는게 아니라, 샌드박스 모델 안에서 규제가 필요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없어진다”고 했다.
스타트업 창업에 필요한 능력을 묻는 질문에, 그는 “디자인 능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디자인은 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며 “고객이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왜 그동안은 이런게 없었는가라는 질문을 끈질기게 해야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꼽으며, “정말 만나보고 싶었던 인물인데 (못 만나서) 아쉽다”고 했다.
‘기업 인수나 신사업 진출에 남다른 촉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부에서 인수 한번 하려면 100건 이상 스터디를 한다. 그래도 정말 실패를 많이 한다”며 “사업 결정이 항상 성공할거라 생각하는 것은 주사위를 굴려서 계속 6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실패와 경험에서 나오는 내공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ESG를 비용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며 “ESG를 해야 돈을 버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환경은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는 것’, 사회는 ‘사람 그 자체’, 지배구조는 ‘구성원·투자자와의 관계’로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2030년 엑스포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모두가 ESG를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재벌 회장으로서의 삶’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최 회장은 자신의 MBTI가 INTP(논리적인 사색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맡고 있는 일도 많고, 사람도 많이 만나는데 (내향적이다보니) 집에 가면 녹초가 된다”고 했다. 이한주 대표가 “한국 드라마에서는 녹초가 돼 집에 누워있는 회장님을 보기 어렵다”고 하자, 그는 “창업가 여러분들도 집에가면 녹초가 되지 않느냐. 영화나 드라마에선 기업 회장이 괴물처럼 나오는데, 영화가 이 세상이라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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