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예술인들이 꾸린 창작 오페라 ‘청주아리랑’ 보러 오세요”
충북 청주에서 사라졌던 민요 ‘청주아리랑’이 오페라로 환생했다.
충북챔버오케스트라는 청주시, 청주시문화산업재단 등의 도움으로 창작 오페라 <청주아리랑>을 오는 30일 청주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고 3일 밝혔다. 오페라는 2022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의 하나로 제작됐다.
오페라 <청주아리랑>은 이상조(51) 충북챔버오케스트라 단장 등의 주도로 제작됐다. 김남진(61) 충북챔버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음악감독, 김어진(49) 한영대 객원 교수가 연출, 김계현(47) 충북음악협회 사무처장이 극본, 정수민(39) 여성소리그룹 이음 단원이 판소리를 맡았다. 청주창작음악연구회·청주오페라합창단·청주농악놀이패·충북챔버오케스트라 등이 협연하는 등 청주 사람들이 만든 ‘메이드인 청주’ 오페라다.
청주 지역 문화운동가이자 <청주아리랑> 제작자인 이 단장은 “청주를 대표하는 공연을 우리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 중국 옌볜 속에 남아 있는 ‘청주아리랑’과 옌볜의 청주 마을 ‘정암촌’ 이야기를 듣고 종합 무대 공연 작품 오페라 <청주아리랑>을 떠올렸다. 우리 노래 ‘청주아리랑’과 청주 사람 이야기를 오페라라는 언어로 전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초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이 단장은 이번 공연을 두고 “연출부터 극 전개·이야기·대사 등 새로운 오페라를 만나게 될 것이다. 시대, 관객에 맞게 세세한 사실보다 극·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재미·감동이 더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페라 <청주아리랑>의 출발인 민요 ‘청주아리랑’은 청주에서 사라졌다가 기적처럼 재발굴한 청주 이야기다. ‘청주아리랑’을 찾아낸 이는 임동철(75) 전 충북대 교수(국어국문학)다. 임 교수는 지난 1990년대 초 중국 옌볜대와 학술 교류를 하다 우연히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구인 투먼시 량수이진 정암촌에 들렀다가 구전 민요 ‘청주아리랑’을 접했다. 당시 옌볜대 조문계(한국어학과)는 한국어 교육을 위해 한국말 원형이 남아 있는 정암촌을 언어 실습 공간으로 활용했고, 임 교수 등에게 공개했다. 임 전 교수는 “당시 중국 안에 청주 사람들이 이주·정착한 ‘청주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청주에선 맥이 끊긴 ‘청주아리랑’이 고스란히 전승되고 있는데 더욱 놀랍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2년 전 초연 이어 세번째 공연
일제 때 중국 이주 청주인들 이야기 청주에서 맥 끊긴 ‘청주 아리랑’ 90년대 초 옌볜 지역에서 찾아내 “상설 공연도 추진해야죠”
정암촌은 1938년 일본 강점기에 충북 청주·옥천·보은 등에서 만주 이민 길에 올랐던 180여 가구 주민 가운데 청주 출신 80여 가구 주민들이 정착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애초 서백림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충청도 이주민들이 마을 서북쪽 정자바위를 떠올려 ‘정암촌’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이주민들은 초가지붕, 벼 베기, 모내기, 농악놀이 등 고향의 생활을 정암촌에 판박이처럼 새겼다.
청주농악보존회원으로도 활동하던 임 교수는 1993년 이후 해마다 정암촌과 교류했다. 임 교수 등은 민속학자·음악인·언론인 등과 정암회를 꾸려 정암촌을 지원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청주아리랑’을 주제로 한·중학술회의를 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옌볜자치구 안 정암촌은 사실상 외부와 단절돼 청주에서 가지고 간 노래와 문화 등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주에서 사라진 ‘청주아리랑’을 만났을 때의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오페라 <청주아리랑>은 민요 ‘청주아리랑’ 선율에 정암촌으로 건너가 한과 설움 속에 평생을 지낸 청주 사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작자 이 단장은 “일제 강점기 고국을 떠나야 했던 민초들의 삶, 허허벌판 만주벌에서 피어난 작은 사랑, 독립운동과 생활 사이의 갈등, 정암촌의 어제와 오늘 등을 오페라에 담았다. 잊고 지낸 우리의 옛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단장 등은 오페라 <청주아리랑>을 상설 공연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이 단장은 “이 드라마틱한 청주아리랑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청주 이야기다. 중국 항저우 서호를 가면 볼 수 있는 <인상서호>처럼 청주를 대표하는 공연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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