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던 듯 가게 열면 천벌 받을 것 같아”…침통한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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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용산 이태원의 잡화가게 앞길을 빗자루로 쓸던 주인 A씨는 씁쓸한 듯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해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 자율 영업하기로 결정했다.
이태원에서 잡화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59)씨는 "밀린 배송도 많은데 이틀 동안 문을 닫으니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가게 근처에 저렇게 (추모 공간이) 있는데 문을 여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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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 ‘자율 휴업’…상당수 동참
“먹고 살려고 열었지만 손님도 없어”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가게 문을 열면 천벌 받을 것 같아서요…”
3일 오후 서울 용산 이태원의 잡화가게 앞길을 빗자루로 쓸던 주인 A씨는 씁쓸한 듯 말했다. 지난달 29일 할러윈 축제를 즐기려던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참사가 난 후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는 장사 안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해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 자율 영업하기로 결정했다. 용산구도 관내 식품접객업소에 공문을 보내, 오는 5일까지는 영업을 하더라도 음악을 크게 트는 등 추모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자제를 권고했다.
이에 이태원의 대부분 식당은 영업을 중단했다. 한 가게 종업원들은 핼러윈 당시 꾸며놨던 장식을 철거하고 있었다. 이들은 호박 모양 조명·핼러윈용 스티커 등을 정리하면서도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일부 문을 연 식당도 가게를 청소하고 상한 음식을 정리할 뿐, 영업은 하지 않았다. 휴업 중인 한 편의점의 직원도 유통기간이 지난 즉석식품, 막걸리 등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잡화가게에 나온 A씨도 가게 내 재고를 정리하고 대청소를 하는 데에만 시간을 보냈다. A씨는 “청년들이 너무 많이 죽었는데 가게 문을 열기는 조금 그렇다”며 “코로나19 때도 버텼는데 조금 손해는 보더라도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할게 없어서 청소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 문을 연 자영업자들도 침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태원에서 잡화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59)씨는 “밀린 배송도 많은데 이틀 동안 문을 닫으니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가게 근처에 저렇게 (추모 공간이) 있는데 문을 여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식당을 운영 중인 박모(51)씨는 “사고 장소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먹고 살려고 문을 열었다”면서도 “분위기가 이런데 누가 외식을 하고 이태원에 오겠냐”고 말했다. 이어 “문을 닫고 싶었지만 식재료를 생각하면 쉴 수가 없어 문을 열게 됐다”고 덧붙였다.
휴업에는 동참했지만 고생하는 경찰·소방관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를 제공하려 가게 문을 열어둔 자영업자도 있었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 200m가량 떨어진 한 베이커리 카페의 문 앞에는 ‘안타까운 참사로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며 5일까지 휴점한다’는 공지와 함께 “소방관, 구급대원 경찰분들께 커피 및 음료 제공”이란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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