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던 듯 가게 열면 천벌 받을 것 같아”…침통한 이태원

김형환 2022. 11. 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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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용산 이태원의 잡화가게 앞길을 빗자루로 쓸던 주인 A씨는 씁쓸한 듯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해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 자율 영업하기로 결정했다.

이태원에서 잡화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59)씨는 "밀린 배송도 많은데 이틀 동안 문을 닫으니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가게 근처에 저렇게 (추모 공간이) 있는데 문을 여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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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 참사 난 이태원 일대 가게들 ‘문닫아’
국가애도기간인 5일까지 ‘자율 휴업’…상당수 동참
“먹고 살려고 열었지만 손님도 없어”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가게 문을 열면 천벌 받을 것 같아서요…”

3일 오후 서울 용산 이태원의 잡화가게 앞길을 빗자루로 쓸던 주인 A씨는 씁쓸한 듯 말했다. 지난달 29일 할러윈 축제를 즐기려던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참사가 난 후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는 장사 안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엿새째인 3일 오후 이태원의 한 골목에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휴업에 들어갔다. (사진=김형환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엿새가 이날에도 이태원 일대는 적막했다.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 일부 옷·신발가게만이 문을 열고 있었다. 문을 연 가게 주인들도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해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 자율 영업하기로 결정했다. 용산구도 관내 식품접객업소에 공문을 보내, 오는 5일까지는 영업을 하더라도 음악을 크게 트는 등 추모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자제를 권고했다.

이에 이태원의 대부분 식당은 영업을 중단했다. 한 가게 종업원들은 핼러윈 당시 꾸며놨던 장식을 철거하고 있었다. 이들은 호박 모양 조명·핼러윈용 스티커 등을 정리하면서도 침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일부 문을 연 식당도 가게를 청소하고 상한 음식을 정리할 뿐, 영업은 하지 않았다. 휴업 중인 한 편의점의 직원도 유통기간이 지난 즉석식품, 막걸리 등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잡화가게에 나온 A씨도 가게 내 재고를 정리하고 대청소를 하는 데에만 시간을 보냈다. A씨는 “청년들이 너무 많이 죽었는데 가게 문을 열기는 조금 그렇다”며 “코로나19 때도 버텼는데 조금 손해는 보더라도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할게 없어서 청소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 문을 연 자영업자들도 침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태원에서 잡화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59)씨는 “밀린 배송도 많은데 이틀 동안 문을 닫으니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가게 근처에 저렇게 (추모 공간이) 있는데 문을 여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식당을 운영 중인 박모(51)씨는 “사고 장소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먹고 살려고 문을 열었다”면서도 “분위기가 이런데 누가 외식을 하고 이태원에 오겠냐”고 말했다. 이어 “문을 닫고 싶었지만 식재료를 생각하면 쉴 수가 없어 문을 열게 됐다”고 덧붙였다.

휴업에는 동참했지만 고생하는 경찰·소방관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를 제공하려 가게 문을 열어둔 자영업자도 있었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약 200m가량 떨어진 한 베이커리 카페의 문 앞에는 ‘안타까운 참사로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며 5일까지 휴점한다’는 공지와 함께 “소방관, 구급대원 경찰분들께 커피 및 음료 제공”이란 안내글이 붙어 있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의 한 카페(사진=김형환 기자)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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