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 `물가 안정` 올인 파월의 强달러 압박… 韓경제, 출구 안 보인다

김동준 2022. 11. 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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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고금리·고물가 파고 더 세져
위험 수위 '가계 빚' 폭탄 뇌관 우려
수입 물가 올라 무역적자 확대 비상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영상이 나오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한국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 현상'을 심화시켜 한국 경제의 하방압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복합위기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3일 오전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비상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연준 결과를 평가하고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미 연준은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종전 연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올렸다. 15년 새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은 달러 강세를 부추겨 환율의 상방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한 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들어 1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7% 올랐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원화값이 떨어져 같은 물건에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를 가속화 할 수 있다.

당장 물가가 불안하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6개월째 5%가 넘는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입 물가 상승세는 전체 물가가 내려오는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 추 부총리가 언급한 '물가 10월 정점론'도 흔들릴 수 있다. 고물가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6.3%)을 고비로 안정되는 듯 했으나, 지난달(5.7%) 소폭 반등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이는 물가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한국은행엔 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 된다. 한·미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원화 가치 약세가 가속화될 수 있고 외화 유출 압력도 커질 수 있다. 금리 차를 좁히기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진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지난 10월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의 근거로 물가 안정과 외환시장의 쏠림에 대한 대응을 들었다.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가계 금융 불균형이 심화한 상황에서 과도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가계 금융불균형이 심화한 상황에서 과도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을 가중해 경기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미국의 경기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최근 두 차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는 등 각국의 금리 인상 경쟁은 경기 침체를 가속화 할 수 있다.

무역수지도 비상이다.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한 에너지 가격 폭등세와 각국의 금리 인상 등이 상품 교역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하면서 내년 세계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4%에서 1%로 낮췄다. 지난달 우리 수출은 1년 전보다 5.7% 감소해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줄었다. 수출 증가율이 지난 6월 한 자릿수로 내려온 데 이어 아예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7.7% 급감하며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무역수지는 연간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쌓인 무역적자는 355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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