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총 200대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어느 수준까지 왔나
[프레시안 경제]
ESG행복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총 200대에 속한 기업들이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해 조사·분석한 결과, 2022년 10월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조사대상의 71.5%에 해당하는 143개사(코스피133, 코스닥10)로 3일 집계됐다.
특히 코스피, 코스닥 기업의 공시율은 각각 83.1%, 25.0%로 코스피 상장사들의 공시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기업이 환경·사회·경제와 지배구조 전반에 걸쳐 ESG 경영활동의 정성적 서술과 최근 3년간의 정량적 성과 등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현황에 대한 통계분석 결과다.
최근 들어 통상 100여 페이지에서 많게는 2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통계 포털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 상장사중 보고서 발행기업이 2020년과 2021년에는 연간 38개, 78개사에 각각 그친 반면, 올해는 2달 남은 시점에서 123개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행한 것으로 파악돼 기업들의 자율공시 확대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ESG관련 지속가능성 공시표준이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와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EFRAG(유럽연합 재무보고자문그룹)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다. 이 3개 지침 모두가 늦어도 2024년까지 공시가 의무화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국내에서도 2025년부터 공시가 자산규모에 따라 단계별로 의무화될 예정이다. 아직은 자율공시 대상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공시채널이 한국거래소와 각 기업의 홈페이지로 이원화된 가운데, 57개사(39.9%)는 회사의 홈페이지만을 통해 공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FRS(국제회계기준)재단의 산하위원회인 ISSB는 ESG 경영정보공시가 재무제표에 포함된 사업보고서의 일부로 보아 동시보고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공시시기의 지연에 따른 정보왜곡을 줄이기 위한 이유다. 현행 국내기업들의 재무제표 보고처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공시기한이 매년 3월로 의무화될 경우 기업들에겐 부담이나 규제로 다가와 현실적인 당면과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까지 ESG 공시는 '하면 좋고, 안하면 그만'인 기업의 자율영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ESG 정보공시의 표준화와 의무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정이 달라진 셈이다. ESG 공시가 규제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기업들은 지난 1년간의 ESG 경영활동과 성과를 글로벌 ESG 정보공개 프레임인 UN SDGs, GRI, SASB, TCFD 등을 선택한 다양한 기준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중 정보공개 글로벌 기준인 UN SDGs, GRI, SASB, TCFD 중 4개 모두를 채택한 기업 수는 71, 3개 활용은 34, 2개 활용은 20, 1개 이하 활용은 18개사(미채택 6개사 포함)로 각각 조사됐다.
글로벌 ESG정보공개기준 활용도는 GRI 95.1%, SASB 74.8%, UN SDGs 69.2%, TCFD 67.1% 순으로 조사됐으며, 업종별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ESG 경영활동을 내재화 할 목적으로 시총 200대 기업 중 140개사가 이사회내 ESG 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ESG 위원회가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방향성을 점검하고, 사업 및 주요과제의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실질적인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항과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선정하는 중대성(중요성) 평가를 통해 전략화한 과제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담고 있었다. 보고서를 발간한 143개 기업 중 136개사(95.1%)가 중대성 평가를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가운데 21개사는 선도적으로 이중 중대성평가(Double Materiality)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이슈 풀을 구성하고 사회·환경적 영향과 재무적 영향 측정결과를 종합한 이슈의 우선순위 결정을 매우 중요하게 다뤘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조화된 ESG 경영체계 및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백캐스팅(Backcasting) 발상으로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의 수립을 통해 이행한 단기적 성과에 대한 여러 지표를 성실히 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경영의 산출적 차원의 사회적 책무성 에 머물러, 다양한 투입자본의 사회적 영향(Impact)에 대한 측정과 설명은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관련해 ESG행복경제연구소는 "ESG 경영의 핵심적 성공조건은 정보공시에 있다"고 강조하며, 이에 덧붙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의 구체적 방향을 제안했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발간 자체에만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외부효과에 대응하는 표면적 정보보다는 외부효과의 내부화를 기업가치와 관련성에 근거하여 명시하는 유용한 ESG 정보공시가 좋은 보고서의 필요조건이라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또한 ESG 경영활동에 대한 기업의 진정성을 ESG 생태계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포괄적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재무정보에 대칭되는 비재무정보만을 설명하는 한 가지 개념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보고서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목표가 전략, 사업모델, 지배구조 등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포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투명하고 일관된 장기적인 기업가치 창출의 스토리와 메시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은 기업경영의 중대한 프로젝트이자 핵심 인프라로 인식 되어야 한다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프레시안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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