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고사하고 일주일 동안 손님 '0'.. "호황은 내 덕, 적자는 네 탓"

제주방송 김지훈 2022. 11. 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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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휴장 카지노 재가동
무사증, 국제선 재개에도 주력 시장 회복 요원
등록취소 등 행정제재 우려.. 영업 재개 ‘무리수’
일본 등 회복, 연말 지나야.. 중국 봉쇄는 계속
경영 정상화 사업주 몫.. 행정 역할은 제한적

"문만 열었지, 손님이 있어야죠. 직원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라, 단축 영업 중이예요" (A카지노 총지배인)

"호텔 내 연회장 예약들로 겨우 경상비 감당하는 정도에요. 영업 재개는 체면치레라고 생각해요. 문 닫기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B호텔·카지노 관계자)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었다가 무사증과 국제선 재개 등에 영업을 시작했다는 카지노업계 근황이 심상찮습니다.

말 그대로 문만 열었지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울며 겨자먹기'식 운영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잖은 탓입니다.

누구를 위한 영업 재개인지, 되묻는 상황까지 불거지면서 오히려 정상화를 내다보는 호텔 등 일반 사업장 운영에 타격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국제관광시장에 훈풍을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 카지노 재개장 '속도'.. 2곳 이전 등 내년 '정상화' 예정

영업 재개에 나선 카지노업장은 늘었습니다.

지난달 3일 제주썬호텔앤카지노가 재개장하고 정상영업에 나선데 이어, 지난달 31일 제주오리엔탈카지노(전 로얄팔레스카지노)가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제주도내 휴장 카지노는 종전 4곳에서 3곳으로 줄었습니다.

앞서 오리엔탈카지노는 코로나19로 적자가 이어지면서 2020년 2월부터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전체 외국인 전용 카지노 8곳 중 오리엔탈카지노와 함께 제주드림타워카지노, 제주썬호텔앤카지노, 랜딩카지노, 파라다이스 제주카지노 등 5곳이 영업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나머지 카지노들도 영업 재개를 준비 중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휴업 중이던 메가럭카지노가 제주칼호텔 폐업에 따라 영업장을 신라호텔제주로 옮기는 것을 추진 중으로, 영업장 면적도 종전 800여 ㎡에서 1347여 ㎡로 확대했습니다.

빠르면 이달 중 영업장 이전을 마치고 개장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지난 2020년 3월 영업을 중단했던 신라호텔 제주 내 아람만 카지노는 롯데호텔 제주로 옮겨 재개장할 예정입니다. 종전(1366㎡)보다 면적을 다소 줄여(1175㎡) 개장할 예정입니다.

가장 늦게 2021년 4월부터 문을 닫았던 공즈카지노는 현재 내부 등 리모델링 작업 중입니다.

올해 말 공사를 마치고 빠르면 내년 영업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일주일 동안 손님 ‘0’.. 적자 운영 불가피

그런데, 문만 열었다 뿐 내부 사정은 말이 아닙니다.

말만 못했지,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입니다.

A카지노의 경우, 최소 120명을 갖춰야 영업이 가능한데도 일단 부랴부랴 필요 인원의 절반 정도만이라도 시급하게 꾸려 운영을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필요없을 정도로 손님이 '아예' 없습니다.

총지배인 'K'씨는 "적어도 150명은 갖춰야 하루 3타임(교대) 순환 근무가 가능하지만, 그런 조건도 충족하지 못해 현재 1타임 정도만 가동하고 영업에 나서고 있다"며 "그런데도 고객이 있어야 경영이라고 해볼만 할텐데, 손님은 없고 다시 먼지만 쌓이게 될 상황"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카지노 사정이라고 나을게 없습니다.

24시간 운영이 기본이지만,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만 문을 열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큰 도움은 안됩니다.

카지노와 함께 호텔 내 부대시설들을 동시 가동하면서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하는 데서 위안을 삼는 게 고작일 정도입니다.

B호텔·카지노 관계자 'L'씨는 "모기업이 있는 나라로 직항편이 뜨는 것도 아니라 아직 모객(고객 모집)이 활발하지 않다"며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개별 고객 등이 가끔 오는 외에는 사실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국내와 단체 수요 등을 겨냥한 연회장 등 시설 운영으로 겨우 영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외국인시장 회복세 더뎌.. 매출 진작 한계

무사증이 재개되고, 국제선이 뜬다고 하지만 당장 코로나19 이전 수준 관광시장 분위기가 회복세를 띄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노선이라고 해봐야 예전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데다, 찾는 외국인 규모 역시 이전에 비할 바가 아닌 탓입니다.

올들어 10월 말까지 제주 방문 외국인이 5만5천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여 명에 비해 36%가 늘었다고 하지만 2020년 20만4천여 명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역시 2019년 같은 기간 143만 명에 비하면 4% 수준도 안 될 정도입니다.

그 정도 외국인들이 찾는데, 더군다나 예전처럼 단체나 패키지보다 개별·소규모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무턱대고 카지노 호재를 기대하지도 못합니다.

전략적인 유치 마케팅이 동원되어도 모자란데, 가뜩이나 협소한 시장에서 손님은 고사하고 매출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 경기 회복 아직.. “등록 취소 등 우려”

휴장 카지노들의 경우, 사실 지난 6월 영업을 재개하려다 다시 9월 말까지 휴장 기간을 연장했고, 다시 10월 말까지 한 달 더 연장기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계속 휴장을 연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주도 차원에선 지난 6월 1일부터 휴장 카지노 사업장들에 영업 재개를 지도해 왔습니다.

당초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게 그만큼 상황이 나아지질 않아 휴업기간을 연장했을 뿐, 카지노 종사자들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영업 재개에 나서도록 했습니다.

A카지노 총지배인 'K'씨는 "연장을 거듭해 결국 10월 말 종료를 앞두고 영업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손님이 없다"며 "그렇다고 인력을 제대로 채용한 것도 아니고 매출이 생기는 것도 아닌 이중, 삼중으로 사업장 경영만 악화될 상황이지만, 대책조차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재개장에 나선 B호텔·카지노 관계자 'L'씨 역시 "내부적으로 카지노 업장 역시 휴업기간 종료에 임박하는 등 여러 상황들을 감안해 문을 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는 상태라 고민이 많아, 외국인 관광 환경 등이 나아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지노사업장은 임의휴업을 할 수 없고, 코로나19 등 특수상황에서 관계 기관의 지도 감독 하에 휴업할 수 있고 리모델링 등 내부 사정에 따라 60일까지 휴업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경기 회복세 역시 아직은 멀리 내다보고 있기도  합니다.
제주도내 또다른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일본 직항편이 뜬다고 하지만 실제 규모나 파급력은 기대 이하로, 취항자나 항공편수가 늘어나는 연말은 지나야 시장 영향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력 수요가 몰린 중국 역시 계속 막힌 상태라 개방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 매출 없고 대책 없고.. ‘행정 편의주의’ 경계

손님 없이 매출도 못 내는 상황에, 사업장의 관광진흥기금 납부 걱정 역시 더해집니다.

A카지노 총지배인 'K'씨는 "행정처분 우려는 차치하더라도, 영업을 하게 되면 별도로 제주도 관광진흥기금 납부를 유예받았던 걸 매출 없이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며 "결국 뚜렷한 대책도 없이, 공식적으로 세금을 걷겠다는 명분을 만들겠다는 얘기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실제 제주도는 2020년 8개 카지노업체에 부과된 관광진흥기금 151억여 원 가운데 149억여 원을 1년 유예했고 지난해에도 추가 유예조치한 바 있습니다.

카지노 산업의 특성상 외국인 관광객 등 수요가 없어 영업 강제가 어려운 상황에 휴업을 이어가다, 더 이상 유예를 둘 수 없다는 판단 끝에 카지노 문은 열었지만 매출은 커녕 누구 하나 대책을 내지 못하면서 경영 압박만 가중시키는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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