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좌초는 표 계산, 본인 연금 더 받으려는 정치권 때문”
연금 전문가 등이 3일 공개 토론회에서 지난 20여년간 국민연금 개혁 책임을 방기해온 정치권 인사들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윤석명(61)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건전재정포럼 주최로 열린 ‘청년들이 공감하는 국민연금 개혁’ 정책토론회에서 “지난 24년 동안 국민연금 보험료는 1%p도 못 올리고도 ‘나라가 존재하는 한 연금을 줄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만 반복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연금 개혁이 매번 좌초돼온 것과 관련, “우리 세대만 괜찮으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더해 정치권 인사들이 선거를 의식하고 본인들의 연금 삭감을 피하려는 측면도 많다”며 “제대로 된 개혁을 하려면 자신들이 받을 연금도 삭감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고 싶지 않은 측면도 많아 보인다”고 했다.
◇“국민연금=시한폭탄이라는 20대 말이 맞아”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인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산하 건전재정포럼은 지난 9~10월 20대 청년 115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에 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뒤 이날 그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서 20대들은 ‘국민연금은 ○○○이다’라는 질문에 ‘전 국민 다단계’ ‘시한폭탄’ ‘선착순’ ‘세대갈등’ ‘낡은 동아줄’ ‘해변의 모래성’ ‘못 받는 돈’ ‘구멍 난 저금통’ ‘마르는 샘물’ ‘밑 빠진 독’ 등으로 표현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67.2%가 “국민연금은 청년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응답했고, 81.9%는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고 했다. 2055년 고갈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윤 연구위원은 “지속 불가능한 국민연금을 청년층이 시한폭탄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현 제도를 그대로 운용할 경우 연금적자·부채로 국가 전체가 공멸의 길로 갈 것”이라며 “국민이 현재 국민연금의 위험성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개혁을 하려면 투명한 정보공개부터 시작해 하루빨리 국민연금 보험료를 최소한 4~5%p 올려야 한다”고 했다. 연금 관련 정보들이 가감 없이 공개되면 누구든 개혁 시기를 늦추자고 주장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취지다.
그는 “투표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민주주의 사회에선 중위연령이 올라갈수록 노인 관련 정책을 개혁하기 어렵다”며 “EU 회원국의 중위연령은 2019년 43.7세에서 2070년 48.8세로 5.1년 증가하는데 우리나라는 2020년 43.7세에서 2070년 62.2세로 18년 이상 늘어난다. 지금 서둘러 개혁하지 않으면 사실상 개혁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치인들, ‘미움받을 용기’ 가져야”
이날 토론회에서 청년단체 ‘청사진’의 백경훈(38) 대표는 “국민연금을 향한 젊은층의 불신이 크지만, 청년 정치인들도 제도권에 들어가면 기성정치에 수렴해 국민연금 이슈를 적극 제기하지 않고 청년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혁을 사실상 방기한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과오가 있었다”며 “지금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자세는 ‘국민에게 미움받을 용기’”라고 했다. 국민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정치권에서 책임감을 갖고 개혁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년, 취약계층을 비롯해 국민의 의견을 담은 녹서(green paper)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대응책을 담은 백서(white paper) 제작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동학(40)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금의 정치권에 기대해선 안 된다”며 “타협의 정치가 안 되는 지금, 국민연금 개혁 권한을 국회가 갖도록 하는 것은 못할 일”이라고 했다. 이어 “연금조정기구를 별도로 구성해 법정 시일 내 결과를 도출하도록 합의하고, 이 기구에 미래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이들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권에서 안 나서고 있는데, 현 상황이 심각한 만큼 수급연령 상향(65→67~68세), 납부기간 연장(59→64세) 등의 부분적 개혁이라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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