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ICBM’ 화성-17형 추정 미사일, 추진체 연소 문제로 실패한 듯

북한이 3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3일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된다.

군은 이 미사일이 북한의 최신 ICBM 화성-17형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날 통화에서 “제원은 지난 1월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궤적과 비슷하지만 화성-12형은 단 분리 없는 1단 구성이기 때문에 신형 ICBM인 화성-17형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이 2단 분리에 성공하고도 시험 발사에 실패한 이유는 추진체 연소상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장영근 항공대학교 교수는 통화에서 “마하15는 1단 연소를 끝냈을 때 나오는 속도라 2단까지는 연소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행거리가 760㎞ 밖에 안되고, 고도도 200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볼 때 추진체의 연소상 문제로 속도나 출력이 제대로 안 나온 것 같다. 하드웨어 문제나 산화제 탱크 누수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단 추진체 추력에 이어 2단 추진체를 밀어 올리는 ‘고공 엔진’이 제대로 적동되지 않아 문제가 생겼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ICBM이라면 북한의 ICBM 발사는 올해 들어 7번째가 된다.

앞서 북한은 올해 2월27일, 3월5일 ICBM을 쐈지만 “정찰위성 시험 용도”라고 주장했다. 이들 미사일은 560∼620㎞를 날아가 군이 초기에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이라고 판단했다가 나중에 ICBM 화성-17형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3월16일에 쏜 화성-17형 추정 ICBM은 고도 20㎞ 미만 초기 단계에서 폭발했다. 3월24일에는 북한이 화성-17형이라 주장하는 ICBM을 최대 성능으로 발사해 고도 6200㎞ 이상, 비행거리 180㎞를 기록했다. 실패 후 불과 8일 만에 다시 시도해 최대성능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셈이다. 그러나 한·미 당국은 이 미사일은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로 보고 있다.

북한은 올해 5월4일과 25일에도 ICBM을 재차 발사했다.

화성-17형은 직경·길이 커지고 다탄두 형상 지녀 ‘괴물 ICBM’

화성-17형은 기존 ICBM인 화성-15형보다 직경과 길이가 커지고 다탄두(MIRV) 형상을 지녀 ‘괴물 ICBM’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2020년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ICBM의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가 11축 22륜(바퀴 22개)으로 식별됐다. 이는 2017년 11월 발사한 ICBM 화성-15형의 TEL(9축 18륜)보다 커진 것이다. 길이는 화성-15형(21ｍ)보다 다소 늘어난 22∼24ｍ가량으로 추정되는데, ICBM 길이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최대사거리는 화성-15형(1만3000㎞)보다 긴 1만5000㎞로 추정된다.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다.

탄두부 길이도 길어져 ‘다탄두 탑재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화성-17형 추진체는 2017년 11월 발사한 화성-15형의 백두산 엔진 2기를 클러스터링한 것으로 관측되며 약 1.7t 중량을 실을 수 있다. 북한이 꾸준히 소형화에 집중해 온 점을 감안하면 2~3개 정도의 소형화된 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개 탄두가 분리돼 대기권에 진입하면 요격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진다. 다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 당국의 계산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또 화성-17형은 이동식발사차량에서 발사할 수 있어 사일로 등 고정시설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에 비해 조기 격파가 어렵다. 북한이 지난해 당 대회에서 언급한 대로 고체 추진제 기반의 ICBM 개발까지 성공하면 발사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다만 북한이 이날 발사한 ICBM이 실패했기 때문에 추가 시험발사로 성능 검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