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서구세계 위협하는 중앙유럽의 소멸

최형욱 기자 2022. 11. 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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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납치된 서유럽-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은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1967년과 1983년 기고한 에세이 두 편을 묶은 책이다.

"중앙 유럽의 진정한 비극은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다"라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서유럽은 유럽 통합과 세계화로 나아가면서도 그들과 역사적·문화적 뿌리를 공유하는 중앙 유럽은 외면했다.

쿤데라는 중앙 유럽 약소국들이 언어·문화 등 정체성을 잃을 경우 서구 세계마저 파괴될 것이라며 서구의 각성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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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서유럽
밀란 쿤데라 지음, 민음사 펴냄
[서울경제]

최근 출간된 ‘납치된 서유럽-혹은 중앙 유럽의 비극’은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1967년과 1983년 기고한 에세이 두 편을 묶은 책이다. 그동안 한번도 단행본에 수록되지 않았다가 2021년 11년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에서 출간됐다. 몇 개월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사태를 예견한 글로 화제를 모았다.

“중앙 유럽의 진정한 비극은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이다”라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쿤데라에 따르면 체코·헝가리· 폴란드 등 이른바 중앙유럽은 원래 로마 카톨릭에 뿌리를 둔 서유럽 문화권에 속했다. 하지만 러시아(당시 소련)의 서진으로 ‘슬라브 세계’라는 실체 없는 개념에 묶이게 된다. 중앙 유럽인들은 헝가리 혁명(1956), 프라하의 봄(1968), 폴란드 봉기(1956·1968·1970) 등 저항 운동을 펼치지만 실패로 끝난다.

결국 중앙 유럽은 존재감마저 점차 희미해진다. 그 망각과 소멸을 가장 강력하게 추동한 것은 서유럽이었다. 서유럽은 유럽 통합과 세계화로 나아가면서도 그들과 역사적·문화적 뿌리를 공유하는 중앙 유럽은 외면했다. 쿤데라는 중앙 유럽 약소국들이 언어·문화 등 정체성을 잃을 경우 서구 세계마저 파괴될 것이라며 서구의 각성을 요구한다. 1만1000원.

최형욱 기자 choih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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