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지휘부·현장 갈등 커지나 [뉴스+]

구현모 2022. 11. 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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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파출소를 비난의 한가운데에 내던진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이태원 참사 대응에 대한 경찰 책임이 불거지는 가운데 일선 경찰들은 지휘부가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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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파출소 경찰관, 라디오서 지휘부에 불만 드러내
“현장 나가 있었지만 인파에 비해 통제 티나지 않았다”
경찰 고강도 내부 감찰… 이임재 용산서장 대해 수사 의뢰
경찰직장협의회 “현장 경찰관들에게만 책임 묻지 말라”
“이태원 파출소를 비난의 한가운데에 내던진 것이라고 본다.”
지난 10월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파출소 소속 경찰관 A씨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서 한 말이다. 앞서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일선 파출소를 포함한 전방위 감찰을 시작했고 112 신고에 대응했던 이태원 파출소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러나 A씨는 파출소에서 사고 나흘 전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경력’ 지원요청도 했으나 묵살됐다며 파출소 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A씨는 책임 공방과 별개로 “대규모 참사에 경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이루 참담함을 말할 길이 없다.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사과했다. 

이처럼 이태원 참사 대응에 대한 경찰 책임이 불거지는 가운데 일선 경찰들은 지휘부가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사고 4시간여 전부터 압사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11건이 들어왔지만 현장 출동은 4차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실 대응’ 논란이 커졌다.
3일 오전 경찰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통제하며 지키고 있다. 뉴스1
이에 A씨 등 일선 경찰들은 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 나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비슷한 지점에서 비슷한 신고가 들어오면 이를 동일 건으로 분류하고 동일 신고로 이미 현장에 나가 있는 경찰관들이 처리한다는 것이다. 다만 A씨는 “인파에 비해 통제는 티가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참사 지근거리인 이태원 파출소 역시 평소보다 많은 직원들이 근무했지만 약 20여명 정도로는 당시 인파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숫자였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경찰 내부에서도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은 사전에 인력 투입을 결정하지 않은 지도부에게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참사 당시 컨트롤타워 위치에 있는 지휘관들은 업무를 태만하게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참사에 대한 경찰 대응을 들여다보고 있는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날 상황관리관 업무를 수행하던 류미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급)과 현장 지휘자였던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에 대해 “업무를 태만히 수행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대기발령 조치하고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경찰 대응을 들여다보고 있는 특별감찰팀이 수사를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 총경은 관내 112 신고에 1차 대응하고 야간 비상상황 발생 시 시도청 지휘부와 경찰청 상황담당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등 상황관리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하고 지휘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아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발생 2시간 뒤에야 사태를 인지하는 등 늑장 보고 문제가 제기됐다. 윤 청장은 사고에 대한 보고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늦게 받은 것으로 경찰의 보고·지휘 체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특별감찰팀은 또 이 전 서장 역시 사고 현장에 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보고도 지연한 사실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9시쯤까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현장을 통제하다가 뒤늦게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현장 경찰관들에게만 물으려 하는 것에 대해 매우 큰 우려를 표한다”며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애쓰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현장 경찰들에게 참사의 주된 책임을 묻는 것을 지켜보지만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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