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기조 유지한 파월 연준 의장…美 기준금리 터미널 레이트 5% 전망

홍성완 기자 2022. 11. 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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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FOMC 빅스텝 유력, 이후 내년 1분기 2차례 베이비스텝 단행 예상
이달 24일 열리는 금통위 빅스텝 전망 우세, 레고랜드 등 금융불안 변수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우리나라와의 정책금리 차이가 1%까지 벌어졌다. 아울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향후 더 오랜 기간 금리인상 단행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고,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내년 미국의 정책금리 상단이 5.0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달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다시 한 번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높아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 4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한 연준

3일 국제금융센터와 외신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3.75~4.00%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준은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과 동시에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올해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5월에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빅스텝)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6월과 7월, 9월에 각각 0.7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4%, 전년동기대비 8.2% 각각 오르며 인플레이션이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뺀 9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6.6%, 전월보다 0.6% 각각 오르면서 40년 만의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의 성명서와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통해 향후 운용하는 통화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형국이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향후 금리인상 폭이 축소될 수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향후 금리인상 속도는 그 동안 시행했던 긴축 조치들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며 "현재 경제는 완만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고 고용과 낮은 실업률도 여전히 견조하다"고 진단했다.

FOMC 직후 기자 회견에서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금리 수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향후(12월도 가능) 금리인상 폭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이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 지금 상황에서 금리인상 중단을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 파월의 매파적 발언, 터미널 레이트 5% 예상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내 시장 전문가들도 대부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또한 이번 FOMC 12명의 위원들이 모두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만장일치로 동의하면서 연준 내부에서도 고강도 긴축의 필요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연준의 터미널 레이트(terminal rate, 최종 금리 수준)가 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따라서 올해 마지막 12월 FOMC에서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내년 1분기 중 2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더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윤영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FOMC에 대해 정책 변화 조짐에도 매파 성향을 유지했다는 평을 내렸다.

윤 연구위원은 "이번 11월 FOMC로 인해 미국 연방금리 전망치는 상단 5.00%로 높아질 위험성이 커졌다"면서도 "내년 1분기까지 실제 물가와 경기여건을 점검하고 금융시장 위축 상황에 맞춰 정책 유연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연간 전망에 제시한 미국 연방금리 전망 4.75%에 대한 조정은 12월 FOMC까지 추가 정보를 확인 후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또 "6월부터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고 4%대 연방금리에 진입하면서 금리가 제약적 구간에 들어선 것을 인정한다"며 "당장 12월부터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당장은 고물가 압력과 인플레이션 기대 통제, 양호한 고용여건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기대 통제는 위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예상대로 연준이 자이언트스텝 단행과 함께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고 평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FOMC 결정은 만장일치였고, 인상의 근거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이었다"며 "파월의 발언은 예상대로 매파적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연준은 속도조절 가능성을 명확히 거론하기 보다는 과한 피봇(Pivot: 정책 전환) 기대가 시장에 퍼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발언들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연구위원은 내년 최종 기준금리가 5%로 상향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중앙은행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잦은 태도 변경과 그로 인한 신뢰성 하락"이라며 "인플레이션 안정의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단기간 반복되는 스탠스 변화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정책 방향 제시) 및 중앙은행의 신뢰성에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이미 9월 FOMC 점도표를 통해 연말 4.25~4.5%의 기준금리를 시사했다"며 "이는 물가 경계를 지속하면서도 11월 0.75%포인트, 12월 0.50%포인트 인상을 시행하면 지켜지는 점도표"라고 분석했다.

이어 "때문에 물가의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굳이 앞서서 속도조절을 전면에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12월 FOMC에서도 연준의 멘트가 완화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예상이다. 따라서 내년 연말 기준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연구위원은 "12월 FOMC를 통해 2023년 연말 기준금리 수준, 터미널 레이트의 변화를 걱정해야 한다"며 "애초에 9월 FOMC 당시 2023년 기준금리에 대해 연준 내 의견이 다양했다. 중간 값은 상단 기준 4.75%였지만, 4.50%와 5.00%를 주장한 위원도 동일하게 각각 6명으로 9월 중간 값은 이른바 기술적인 숫자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3분의 1에 해당하는 FOMC 위원들이 물가가 예상 수준으로만 나와도 5%의 기준금리를 예상하고 있던 차에 파월 의장의 발언처럼 9월 회의 후 물가지표가 예상을 상회하면서 긴축에 명분을 더했다"며 "12월 FOMC를 통해 2023년 최종 기준금리 수준은 5.00%로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파월 의장은 인상 속도를 늦추는 데 다음 회의 혹은 그 다음 회의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이는 사실상 12월 0.5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9월 점도표를 통해 제시된 터미널 레이트보다 실제 터미널 레이트가 더 높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지난 9월 점도표에서 터미널 레이트의 중간 값은 4.75%로 제시됐으며 5명의 위원이 5%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중간 값 기준이라는 점에서 파월 의장은 터미널 레이트 5%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12월 0.50%포인트 인상 후 내년부터 0,25%포인트 베이비 스텝으로 회귀해 내년 1분기 중 1~2회 추가 인상으로 금리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파월 의장은 '얼마나 빠르게'에서 '얼마나 높게, 그리고 얼마나 길게'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던져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월의장은 논쟁거리였던 금리인상 속도 둔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명확한 시그널을 주었다고 해석된다"며 "당장 12월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에서 빅스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의 '완화된 속도로 인상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라는 말은 금리인상 속도 전환, 즉 피봇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FOMC 회의 성명서에 새롭게 추가된 문구인 '위원회가 목표 범위의 미래 인상 속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통화 정책의 누적된 긴축과 통화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시차, 경제 및 금융변화 등을 고려할 것'이라는 문장 역시 금리인상 속도 전환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에서 특히 주식시장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최종 금리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고, 금리인상 종료 시점이 지연될 수 있거나 최종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 1.00%까지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11월 금통위 빅스텝 유력

한편,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으로 기준금리 상단이 4.00%에 이르면서 3.00%인 우리나라와의 금리 차는 1.00%로 벌어졌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원화 약세는 수입 물품 환산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열리는 금통위를 통해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인상 폭도 다시 한 번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이번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이후 환율과 외국인 자금 유출 여부, 물가 상승률 등에 따라 인상 폭은 유동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10월 금통위에서 국내 터미널 레이트 기대가 3.5% 수준이라고 밝힌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무색하게 미국의 정책 기대가 다시 높아진다면 국내 기준금리 기대도 다시금 높아질 공산이 커졌다"며 "10월 국내 CPI 결과도 전반적인 물가부담이 상존해 있다는 결과로 금리인상 압력을 높이는 재료"라고 밝혔다.

이어 "시장은 국내 기준금리 기대를 3.5%까지 낮췄던 것을 다시금 3.75%까지 반영할 것"이라며 "국고3년과 10년 공히 유사하게 4.3%대 정도까지는 상단 테스트가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윤 연구위원은 "레고랜드 사태에 이은 보험사 신종증권 사건 등이 전반적으로 자금시장 부담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미시적인 정책대응으로 불안 심리를 통제하고 있으나 대외금리 차만 고려한 공격적 금리인상은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1월 금통위까지 환율과 외국인 자금 흐름 등을 점검하면서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나 금융불안도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또 "10월에 이어 11월 호주가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이유는 부동산 냉각을 중심으로 한 은행권의 위험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며 "우리는 미국도 중요하지만 내생 변수로 금리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11월 빅스텝 연속단행'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월 의장도 인정했지만 '제약적 영역에는 속도보다는 정도와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내년 1분기까지 3.75% 가능성은 열어두고 신중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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