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 미이행 속출하는 자금시장
레고랜드 ABCP,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미이행 이벤트 잇따라
‘내 투자는 안전한가’ 어디서든 미이행 이슈 발생 우려 커져
국내 자금시장 경색이 가중되며 미이행 이슈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방공기업 개발사업 관련 지급의무, 금융사 발행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등 금융시장에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되던 의무 혹은 관행이 이행되지 않는 이벤트가 잇따라 발생하며 거래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카운터파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부도(디폴트)는 아니지만 평판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은행과 보험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첫 콜일자를 예상만기로 간주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동안 발행사들도 투자자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자비용을 손해 보더라도 조기행사를 하는 것이 시장 관행이었다”며 “암묵적인 조기상환 책임에 대한 금기가 깨진 만큼 당분간 투자심리는 약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투자금융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투자를) 그동안 묵시적으로 5년 만기 또는 10년 만기로 생각해 오던 관행이 깨지는 것”이라며 “해외물이기는 하지만 가득이나 어려운 채권시장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금시장 경색의 불씨가 된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건도 당연하게 이행될 것으로 생각했던 이벤트가 이행되지 않은 경우로 볼 수 있다. 강원도는 산하 공기업인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 개발사업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CP에 지급보증했고, 해당 ABCP는 강원도의 신용등급이 반영돼 단기 신용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인 A1등급을 받았다. 9월말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보증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강원도중도개발공사의 법원 회생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자금시장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축소로 엄중한 시기에 이해할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자본시장 전반에 미이행 이슈가 잇따라 발생하며 앞으로도 유사한 이슈가 나타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한국대표는 “국내 증권사가 2010년대 들어 공격적으로 확장한 투자은행(IB)업무는 미국의 2000년대 초중반 모습과 닮아 있다”며 “미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했지만 한국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가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단기로 판매한 신탁상품에서 만기 미지급 이슈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며 “신탁상품의 경우 만기에 미지급하더라도 투자자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해당 증권사의 부도라고 볼 수 없지만 이런 일들이 이어져 투자자가 자금 운영에 애로를 겪는다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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