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발톱'에 찍힌 美·아시아 증시 …"내년초까진 충격 지속"

강민우, 권한울 2022. 11. 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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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세계 증시
금리발표 직후엔 나스닥 상승세
5%대 인상 시사후 3.4% 하락
MS·메타·테슬라 기술주 투매
코스피 2300 붕괴이후 약보합
홍콩 항셍지수는 3%이상 급락
카카오 등 IT업종 주가 충격 커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이후 세계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예상보다 금리 인상 기조가 오래 지속되면 증시에서 자금 이탈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에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날 미국 증시는 연준이 내놓는 단어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연준이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발표하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할 때까지만 해도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S&P500지수는 최대 1%가량 올랐고, 다우지수도 상승세를 탔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4%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최종 금리가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자 시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내년에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금리를 인하할지도 모른다는 시장 일각의 기대감이 무너졌다.

브랜디와인 글로벌투자운용의 잭 매킨타이어는 CNBC에 "파월 의장 어조가 상당히 매파적이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울 길이 멀고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면서 "연준 발표에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신호는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3년간 버블 논란이 일 만큼 주가가 부풀어오른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주가는 3% 이상 떨어졌다. 3분기 실적 발표 후 폭락세를 보였던 메타(페이스북), 테슬라, 아마존 주가는 이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블룸버그는 뉴욕 증시가 장을 마감하기까지 1시간 반 동안 억만장자지수 상위 500명의 주식가치가 590억달러(84조원) 증발했다고 전했다.

뉴욕 증시로 인해 3일 오전 개장한 아시아 증시도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0.33%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연준의 고금리 지속 소식이 알려진 장 초반에는 2%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장중에는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투자자들이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미국 빅테크 주식이 크게 떨어지면서 이와 관련된 반도체 정보기술(IT) 기업 주가가 타격을 받고 있다. 3일 네이버 주가는 전일 대비 2.87% 하락했으며 실적 발표 영향이 겹친 카카오도 주가가 4.21%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도 장중 3% 이상 급락했다. 홍콩은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계속된 금리 인상에 홍콩도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증시는 급락세를 보이는 구조다.

이미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을 찾아 떠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고금리가 지속되면 자본시장 자금이 점점 마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쇼크로 주식 투자 붐이 한창 때였던 지난해 69조원에 달했던 주식 투자 대기자금(예탁금)은 현재 50조원 안팎까지 떨어진 상태다.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반등하려면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지며 상반기에는 경기 악화가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고 오히려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에 따른 증시 하락 추세는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현금 비중을 지금보다 높이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외 금리 상승 기조는 이미 예견돼왔고, 기업들이 대비해온 만큼 증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폭락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들 실적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어 증시 하락폭은 지금보다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거나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연준의 발표가 충격적이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전저점을 깨는 새로운 하락 파동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주목할 변수로는 지정학적 변수가 꼽힌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미국의 긴축 기조와 상관없이 한국 주식을 매일 사들이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임기 내에 대만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펀드들이 중국과 대만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한국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우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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