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北 … 3월 평양에 파편비 뿌렸던 미사일 또 실패
목표 고도·속도 도달 못해
日서도 경보 발령후 정정
한미훈련연장 즉각 비난담화
"상황을 통제불능 국면만들어"
2일 도발한 北 미사일 25발
비용 1068억…1년 쌀수입액
北 연일 미사일 도발
역대급 한미 '비질런트 스톰' 공중훈련을 둘러싼 남북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북한은 3일 오전 장단기 미사일 도발로 인해 한미 연합공중훈련 기간이 연장되자 야간에 반발 담화를 내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또 발사했다.
이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실패로 귀결됐지만 '한미에 밀리지 않고 계속 도발하겠다'는 북측 메시지는 명확하다.
군당국은 이번에 북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화성-17형 ICBM을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 3월 한 차례 발사에 실패해 평양 외곽에 파편을 떨어뜨린 기종이다.
이때 북한은 해당 미사일 발사 실패에 따른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 8일 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지휘한 가운데 재발사를 진행했으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당시 실제로는 성공 사례가 검증된 ICBM인 화성-15형을 쏘고 대외적으로는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알리는 대내외적 기만전술을 펼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가 탐지한 장거리미사일 제원은 북한이 지난 1월 말 발사 사실을 공식 발표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유사하다. 군당국은 이때 고각 발사된 화성-12형의 비행거리는 약 800㎞, 고도는 약 2000㎞로 탐지했다. 이번에 포착된 화성-17형 ICBM 발사 제원과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북한이 이날 쏜 화성-17형의 경우 1·2단 로켓은 정상적으로 분리됐지만 ICBM에 걸맞은 고도와 속도를 보여주지 못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군당국이 탐지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은 평남 개천 일대의 각기 다른 지점에서 발사돼 함경북도 길주군의 '알섬'에 낙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은 북한이 통상 SRBM 훈련 시 표적으로 사용하는 무인도다.
지난 9월부터 △탄도·순항 미사일 △포병사격 △군용기를 동원한 북한의 도발과 한미연합훈련·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 맞대응이 지속되며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우는 형국이다.
한미는 '비질런트 스톰' 훈련 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하며 북측의 도발을 압도적인 공중전력 과시로 되받았다. 그러자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과 남조선의 무책임한 결정은 연합군의 도발적 군사 행위로 초래된 현 상황을 통제 불능의 국면으로 떠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7시 48분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지자체 등에 긴급히 정보를 전달하는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을 통해 니가타현, 야마가타현, 미야기현에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하라'는 등의 경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방위성은 오전 9시께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지 않은 것을 확인됐다'고 정정했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지 않고 일본해(동해) 상공에서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국순시경보시스템의 공표를 정정한다고 설명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피난 경보와 관련해 "(사전에) 일본 상공 통과 가능성이 있으면 발령한다"며 "미사일 궤도를 보고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군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질런트 스톰'을 빌미로 삼아 조만간 7차 핵실험을 포함해 추가로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북·중 관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주요 20개국(G20)에 참석할 예정이라 오랜만에 해외 활동에 나서는 점 등을 고려해 중국에 부담을 줄 핵실험은 당분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전날 발사한 SRBM과 지대공미사일(SAM) 등 25발가량의 가격이 최대 7500만달러(약 1068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베넷 선임연구원이 SRBM 1발 가격이 약 200만~300만달러인 점을 감안해 북한의 지난 2일 하루 미사일 '도발 비용'을 5000만~7500만달러로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북한의 연간 대(對)중국 쌀 수입액과 비슷한 규모다. 다만 북한은 옛 소련의 스커드 미사일을 수입한 뒤 '역(逆)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했고, 자재와 인건비도 비교적 저렴해 실제 비용은 훨씬 적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성훈 기자·도쿄/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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