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인 일자리 급격한 구조조정은 사회통합에 부정적”

이희경 2022. 11. 3. 17:4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외부기관을 통해 수행한 직접일자리 사업 심층평가에서 노인일자리를 급격하게 축소하는 것은 사회통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지만 사회안전망은 빈약한 만큼 큰 폭의 노인일자리 사업 감축은 각종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 심층평가 연구 결과
노인빈곤율 OECD 최고인 한국
일자리 축소는 각종 부작용 우려
“사회적 합의 필요” 보고서 권고
당국 공공형 노인일자리 감축 등
2023년도 예산 배정과 배치 논란
일각 “취약 노인층 생활고 가중”

정부가 외부기관을 통해 수행한 직접일자리 사업 심층평가에서 노인일자리를 급격하게 축소하는 것은 사회통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지만 사회안전망은 빈약한 만큼 큰 폭의 노인일자리 사업 감축은 각종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권고에도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공공형 노인일자리를 6만1000개 줄이기로 한 상태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노인 빈곤층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을 통해 ‘직접일자리 사업군 효율화 방안 검토’ 보고서가 지난 7월 작성·완료됐다. 2019년 2조779억원이었던 직접일자리 관련 예산이 지난해 3조1630억원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짜기 전 직접일자리 사업 관련 심층평가를 실시한 것이다.
지난 6월 21일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제11회 수원시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에서 어르신들이 채용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상위 국가의 직접일자리 평균 재정지출 비중(0.08%)보다 한국(0.16%)이 2배 많았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복잡한 전달체계 단순화 등 직접일자리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보건복지부 소관 ‘자활사업’은 직접일자리 사업군에서 배제해 국민취업지원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하지만 직접일자리 규모를 정할 때 효율성 외에 60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 여성·노인빈곤율 등의 추세도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처럼 실업소득 유지·지원을 위한 재정규모가 작고, 노인빈곤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직접일자리 사업이 일종의 복지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직접일자리 규모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한국경제의 고령층 소득구조와 사회안전망 취약성으로 직접일자리를 급속하게 축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노인빈곤과 실업부조 부재 상황에서 직접일자리는 취약계층의 소득보전 수단으로 중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직접일자리의 급격한 구조조정은 사회통합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에 직접일자리 관련 재정지출의 직접적 삭감 대신 직업훈련이나 고용서비스 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비중을 자연스럽게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구구조 측면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이 과도기적 성격이 강해 장기적으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급격한 구조조정이 불필요한 근거로 제시됐다.
대한은퇴자협회 회원들이 지난 9월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3년 예산에 반영된 공공형 노인일자리 축소 등에 반대하며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따른 일자리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의 내년도 노인일자리 예산안은 연구진의 이런 권고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노인일자리는 88만3000개로 올해(85만4000개)보다 2만9000개 늘어나지만 공공형 일자리는 60만8000개에서 54만7000개로 6만1000개 줄어든다. 민간 취업과 관련된 사업에는 예산 배정을 늘린 반면 저학력에다 디지털 친숙도가 낮은 60대 후반, 70세 이상이 주로 활용하는 저숙련 일자리는 대폭 감축한 것이다.

이 같은 직접일자리의 축소는 취약 노인층의 생활고를 가중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2%로 OECD 34개 국 중에서 가장 높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 한파도 예고된 상황이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공공형 일자리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30만원 기초연금 외에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현재도 대기자가 거의 10만명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말로는 ‘약자복지’를 말하고 가장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이런 예산 편성을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