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수단' 자랑했던 北, ICBM 실패…'고공엔진' 성능결함?

김지헌 2022. 11. 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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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고공엔진 지상모사 쉽지 않아"…지상실험장비 확보·개량 나설듯
"1단 엔진 제대로 연소했다면 발전" 관측도…동창리 발사장 개량 주시해야
북한, '신형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 공개 (서울=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지난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가 25일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2.3.25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이 3일 발사한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2단 분리 후 정상 비행에 실패한 것은 엔진에 결함이 발생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화성-17형은 이날 2단 분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이후 제대로 비행하지 못하고 동해상에 추락했다. 미사일은 최고 고도 약 1천920㎞, 비행거리 760㎞, 최고 속도 약 마하 15(음속 15배)로 탐지됐다.

북한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일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은 부과된 자기의 전략적 사명을 지체 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특수한 수단'은 핵탄두를 탑재하는 ICBM도 포함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반발해 ICBM 발사 카드까지 꺼내 들며 화풀이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전문가들은 1단 추진체 이후 2단 추진체를 밀어 올리는 '고공 엔진'에서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분석한다.

화성-17형의 1단 엔진은 노즐(화염 분사구)이 4개에 달해 화성-17형 이전 모델인 화성-15형의 2개보다 2개 더 많다.

1단 엔진의 구성 및 추력과 관련해서는 80tf(톤포스·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의 구소련 RD-250 쌍둥이(트윈) 엔진 2개를 클러스터링(결합)해 160tf가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2016년 북한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백두산 계열 80tf급 싱글 엔진 4개를 결합해 320tf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둘 중 어느 쪽 분석이 맞든지 화성-15형보다는 강해진 1단 추진체 추력에 이어 '바통'을 터치할 2단 추진체의 엔진, 즉 고공 엔진이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해 비행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공 엔진은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 미사일이 날아갈 수 있도록 추력을 생성하는 장치다. 엔진의 연소 특성과 연소 환경이 1단 엔진과 완전히 다르므로 별도로 개발해야 한다.

2단 추진체에 들어가는 고공 엔진은 지상에서 '진공 체임버' 등 고가의 실험 장비를 갖추고 개발해야 하는데 북한은 비용이 많이 들고 설비가 복잡한 이런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고공 엔진이 연소하는 환경을 지상에서 모사하기는 쉽지 않다"며 "충분한 지상 실험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공 엔진을 개발하면 실패가 많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최고 속도가 약 마하 15(음속 15배)로 탐지됐는데 이는 지난달 4일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개량형의 최고 속도 마하 17보다 느린 속도다.

화성-12형 계열은 단 분리가 없도록 설계된 1단 구성의 미사일인데도 그보다 속도가 느렸다는 것은 화성-17형 고공 엔진 등이 1단 엔진 이후의 추력 발생 단계에서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2단 엔진이 북한이 목표로 했던 고도까지 발사체를 올리지 못하고 중간에 연소가 중단되거나 제어가 되지 않아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어제 '신형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2022.3.25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북한이 지속해서 화성-17형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2단 엔진에서 계속 발목이 잡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북한은 2월 27일과 3월 5일 정찰위성 시험발사라고 주장하며 화성-17형을 쏜 적이 있는데 각각 고도가 620㎞, 560㎞에 그쳤다. 3월 16일 발사 때는 아예 고도 20㎞ 미만의 초기 단계에서 폭발하며 체면을 구겼다.

북한은 앞으로 2단 고공 엔진 개발을 위한 지상실험 장비 확보에 진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번 발사를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평북 철산리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을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이곳에 이번 발사 실패에서 얻은 데이터 등을 토대로 한 진공 체임버 등 부대시설을 갖춘다면 마냥 실패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앞으로 동창리 발사장의 확장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런 관측에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발사에 대해 "추력 및 속도 부족으로 기대했던 거리와 고도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2∼3월 실패했던 실험보다는 기술적으로 일정하게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춘근 연구위원은 "실패도 사실 진전"이라며 "클러스터링해서 만든 1단 엔진이 성공적으로 연소했다면 그 역시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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