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번역가 황석희, 과거 고백 “지금 필요한 건 종결”

김정연 기자 2022. 11. 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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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황석희.황석희 인스타그램 캡처.



번역가 황석희가 가정사를 고백했다.

황석희는 2일 인스타그램에 “‘giving them a closure’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자면 ‘종결을 주다’라는 뜻”이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종이에 ‘가족 잃은 자를 위한 종결’이라고 적힌 문구가 담겨 있다. 황석희는 “7년 전, 아버지는 차를 몰고 정차 후 좌회전을 하려다 좌측 내리막길에서 내려오던 차와 추돌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속초 산길의 좁은 교차로였고 신호등이나 볼록 거울 따위는 없었다. 아버지의 차는 정차 후 갓 출발해 고개만 튼 상태였고 좌측에서 내려오던 차는 속도가 붙어 있었다. 추돌 후 아버지의 차는 세 바퀴나 굴러 전복됐다. 아버지는 현장에서 돌아가셨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이런 식의 이별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던 장례, 그 와중에 날 가장 황당하게 한 것은 아버지에게 가해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는 것”이라며 “상대 차량은 피해 정도가 경미했다. 부상자도 없었다. 그런데 직진 우선이라는 원칙 하나로 아버지가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이런 맺음은 인정할 수 없었기에 재판을 청구했고 2년을 법정에서 싸웠다. 하지만 결론은 상대방 과실과 교통부의 과실을 아주 일부 인정받았을 뿐”이라며 “항소를 해도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시스템이 주는 종결은 받았다. 길 좌측의 간판과 나무가 모두 제거됐고 볼록 거울이 생겼다. 내리막길엔 과속 방지턱과 과속 방지 카메라가 설치됐다”고 부연했다.

황석희는 “2년이나 폐차 동의서에 서명을 못 했다. 도저히 폐차할 수가 없더라. 그 족쇄 같던 차를 종결을 받은 후에야 간신히 폐차했다. 그게 내겐 맺음이었다. 물론 마음의 상처는 맺음이 없다”며 “남겨진 자의 마음을 추스르는 것은 타인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외부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납득할 수 있는 종결을 주는 것이다.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묻고, 사후 조치를 확인 시켜 주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의 애도는 무용한 것은 아니겠으나 유가족에겐 그리 닿지는 않는다”며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납득할 수 있는 종결이다. 책임자들이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를 건넬 때가 아니라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종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글을 마쳤다.

팬들은 “깊이 공감한다”, “정말 지금 시기에 필요한 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황석희는 영화 ‘데드풀’, ‘서치’, ‘보헤미안 랩소디’ 등을 번역했다. 지난 2월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김정연 온라인기자 kjy979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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