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덮친 산업계 "내년 사업계획도 못짠다"
원자재값 급등에 수익 악화
달러채는 엔·유로채로 변경
금리 폭주는 車 판매 악영향
가전도 블프 특수 놓칠라 우려
"도대체 언제까지 (금리가) 오를지 알 수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수익성을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
국내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4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금리 인상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반면 전 세계 수요 감소로 철강제품 판매 가격은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자꾸 나빠지기 때문이다. 3일 연준이 단행한 4번째 큰 폭의 금리 인상은 반도체, 완성차, 정유, 철강, 항공 등 국내 거의 모든 산업에 전방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고물가에 고금리·고환율까지 3고(高)가 한꺼번에 덮치자 기업들은 일제히 비상경영 모드로 접어들었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매년 11~12월은 각 기업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골몰하는 시기인데 요즘은 금리·환율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항공업계는 이자 상환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변동금리 차입금은 4조7000억원에 달한다. 평균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이자만 470억원씩 불어나는 구조다. 이에 달러가 아니라 엔화나 유로화를 기반으로 고정금리 방식 차입을 추진하며 위험 부담 줄이기에 나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자 상환 부담뿐 아니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여객·물류 운송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 발행이 유독 많은 정유업계도 마찬가지다. 원유를 들여와 정유 공정을 거친 뒤 제품을 출시하기까지는 대략 두 달이 걸린다. 이 기간 현금이 묶여 있는 탓에 정유사들은 '유전스'라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융통한다. 이 과정에서 금리가 오르면 채권 발행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해운·물류업계는 물동량 감소를 가장 걱정한다. 이미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3분기 물동량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가전업계는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특수를 누리지 못할까 봐 울상이다.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미국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전제품을 비롯해 TV 판매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업계도 고민에 빠졌다. 할부로 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껴 구입 시기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유동성 지원을 위한 자구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우 기자 / 이윤재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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